혈당이 걱정돼 과일을 아예 멀리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통째로 먹는 과일과 즙을 낸 주스는 식이섬유에서 차이가 난다
먹는 형태와 양, 때를 정하고 약 복용 중이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제철 과일이 식탁에 올라도 “혈당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손을 대지 않는 어르신이 많다. 과일의 단맛이 곧 설탕과 같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과일을 무조건 끊기보다 어떤 과일을 어떤 형태로, 얼마나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과일 속 당분, 과자의 설탕과는 함께 들어 있는 것이 다르다

과일에도 당분이 들어 있지만 설탕이 들어간 음료나 과자와는 구성이 다르다. 과일에는 당분과 함께 수분, 비타민, 미네랄, 식이섬유가 들어 있다. 이 가운데 혈당과 관련해 주목받는 성분이 식이섬유다.

식이섬유는 장 속에서 당이 한꺼번에 흡수되는 것을 늦추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당이 가파르게 치솟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일종의 완충 장치인 셈이다. 따라서 같은 과일이라도 식이섬유를 얼마나 온전히 섭취하느냐에 따라 몸이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통과일과 주스·스무디는 다르다

과일을 갈거나 즙을 내 주스, 스무디로 만들면 식이섬유가 손상되거나 걸러지기 쉽다. 반면 과육과 껍질을 그대로 먹으면 식이섬유를 함께 섭취할 수 있다. 사과, 배, 포도처럼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이나 과육이 살아 있는 과일을 원물 그대로 먹는 쪽이 혈당 관리에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키위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혈당지수(음식을 먹은 뒤 혈당이 오르는 속도를 나타낸 수치)가 낮은 편이어서 자주 거론되는 과일이다. 키위에 든 펙틴(물에 녹는 식이섬유의 하나)은 장에서 물을 머금어 음식물이 천천히 소화되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혈당지수가 낮다는 것과 많이 먹어도 된다는 것은 별개다.

먹는 때와 양도 따져야 한다

식사 약 30분 전에 식이섬유가 많은 과일을 먼저 먹는 방법도 소개된다. 식이섬유를 먼저 섭취하면 뒤이어 먹는 탄수화물의 흡수 속도가 조절돼 식후 혈당이 갑자기 오르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흰쌀밥이나 면처럼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자주 하는 어르신이라면 키위 한 알이나 작은 사과 몇 조각을 식전에 먹는 식으로 시도해 볼 수 있다.

양 조절은 빠질 수 없다. 아무리 좋은 과일이라도 많이 먹으면 혈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흔히 하루 한두 번, 한 번에 주먹 크기 정도가 적당한 양으로 제시된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제철 과일을 고르되 한 가지를 많이 먹기보다 여러 가지를 조금씩 나눠 먹는 편이 무난하다.

약 복용 중이라면 기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 같은 방법은 일반적인 건강 관리 요령이며 모든 사람에게 같은 기준이 맞는 것은 아니다. 건강 상태와 먹는 약에 따라 적절한 과일의 종류와 양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 있거나 혈당을 낮추는 약을 먹는 어르신, 다른 만성질환으로 식사 조절을 하는 어르신은 스스로 판단하기보다 전문가의 확인을 받을 필요가 있다.

과일 섭취를 늘리거나 식전 과일 습관을 들이기 전에 주치의나 영양 전문가에게 하루에 먹어도 되는 양, 피해야 할 과일, 복용 중인 약과의 관계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 가까운 보건소의 만성질환 관리 상담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 상담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