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날씬해도 뱃속 내장지방은 많을 수 있어
수수의 식이섬유·저항성 전분은 관리를 거들 뿐 치료제와는 별개
쌀밥에 조금씩 섞되 지병이 있으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

허리띠 구멍이 하나씩 밀려나는 것을 보며 뱃살을 걱정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이때 흔히 떠올리는 것이 잡곡밥이고, 그중 오래전부터 밥상에 오르던 수수가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다만 수수를 먹는다고 뱃살이 곧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수수는 식사 전체를 바꾸는 과정의 한 부분으로 보는 편이 맞다.

눈에 안 보이는 뱃살, 내장지방

뱃살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피부 바로 아래 붙어 손으로 잡히는 피하지방과, 배 속 장기 사이사이에 끼어 있는 내장지방이다. 내장지방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몸이 마른 편인 사람도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을 수 있다.

내장지방이 지나치게 늘면 혈압과 혈당이 오르기 쉬워지고, 심혈관 질환(심장과 혈관에 생기는 병)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 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체중계 숫자만 보기보다 허리둘레와 혈액검사 결과를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수수에 든 성분과 그 의미

수수에는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식이섬유는 장의 움직임을 돕고 변비를 덜어 주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수수에는 저항성 전분(소화 효소에 잘 분해되지 않아 천천히 흡수되는 전분)도 많은데, 이 성분은 식후 혈당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늦추고 지방이 쌓이는 것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활성산소(몸속 세포를 손상시키는 불안정한 산소)를 줄이는 항산화 성분도 들어 있다. 이런 성분 덕분에 수수가 혈당 조절과 혈중 지방 개선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다만 아직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단계이며, 성분이 몸에 이롭다는 것과 수수만으로 내장지방이 빠진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밥에 섞을 때는 조금씩, 간식은 단맛을 덜고

가장 손쉬운 방법은 흰쌀밥에 수수를 섞는 것이다. 쌀을 씻을 때 수수를 한두 숟가락 넣는 정도에서 출발해 수수와 쌀을 1대 9, 2대 8 비율로 맞추고, 익숙해지면 조금씩 양을 늘리는 방식이 부담이 적다. 수수밥은 구수한 맛이 있어 잡곡을 처음 접하는 어르신도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수수가루로 만든 수수부꾸미나 수수경단 같은 전통 간식도 있다. 다만 설탕이나 꿀을 듬뿍 넣으면 혈당 관리라는 본래 목적과 어긋날 수 있어 단맛은 줄이는 것이 좋다. 수수가 좋다고 해서 수수만 먹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제철 채소와 과일, 살코기 등 반찬을 골고루 곁들이고 주식의 일부를 수수로 바꾸는 정도가 균형을 맞추기 쉽다.

먼저 확인하고 물어볼 것

식습관을 바꾸기 전에는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이 있거나 매일 먹는 약이 있는 어르신은 잡곡 양을 늘리는 것도 몸 상태에 따라 영향을 줄 수 있다. 같은 음식이라도 사람마다 맞지 않을 수 있으니 적은 양부터 시작해 배가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불편한지 살피는 것이 안전하다.

진료 때는 허리둘레와 혈당, 혈중 지방 수치를 함께 확인하고, 잡곡밥을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면 도움이 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결과표를 챙겨 가거나 가까운 보건소의 영양 상담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