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간 전문가들이 B형 간염 치료 시작 기준을 새로 정비
간 수치가 괜찮아도 바이러스 양이 많으면 일찍 치료할 수 있게 돼
보유자는 주치의에게 바이러스 양 검사와 치료 시점을 물어볼 필요

건강검진 결과지에서 간 수치가 정상으로 나오면 B형 간염 보유자라도 한시름 놓는 어르신이 많다. 오랫동안 “수치만 괜찮으면 지켜보면 된다”는 말을 들어 왔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국내 간 전문가들이 치료 기준을 손보면서,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사실만으로 안심하기는 어려워졌다.

두 조건 모두에서 한 가지 조건으로

지금까지 B형 간염 치료는 몸속에 바이러스가 있더라도 간 염증 수치(간세포가 손상될 때 혈액으로 나오는 효소 수치, 흔히 “간 수치”)와 바이러스 양이 모두 일정 기준을 넘어야 시작할 수 있었다. 둘 중 하나만 높으면 대개 경과를 지켜보는 쪽을 택했다.

새로 정비된 기준은 간 염증 수치가 높지 않더라도 혈액 속 바이러스 양이 많으면 치료를 일찍 시작할 수 있도록 했다. 전문가들이 기준을 바꾼 배경에는 간 수치가 겉으로는 괜찮아 보여도 실제로는 간이 서서히 나빠지고 있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는 관찰이 있다.

이렇게 치료 시점을 앞당기면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증(간 조직이 흉터처럼 변해 기능이 떨어지는 상태)이나 간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간암과 그로 인한 사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간 수치와 간 상태는 다르다

이번 변화가 짚는 핵심은 간 수치와 간의 실제 상태가 늘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릴 만큼 손상이 쌓여도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고, 혈액검사 수치도 조용할 수 있다. 증상을 느낄 때는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다만 기준이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보유자가 곧바로 약을 먹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치료를 시작할지는 바이러스 양, 간 섬유화 정도, 나이, 다른 질환 등을 함께 보고 의료진이 판단할 문제다. 기대되는 효과 역시 전문가들의 전망이며,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누가 먼저 확인해야 하나

가장 먼저 살펴볼 사람은 B형 간염 진단을 받았지만 간 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치료 없이 지켜보던 어르신이다. 과거 기준에서는 치료 대상이 아니었더라도 바이러스 양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본인이 보유자인지 모르는 경우라면 검진 때 B형 간염 검사 여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미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어르신은 이번 기준 변화와 관계없이 처방대로 약을 이어 가는 것이 원칙이다. 스스로 약을 끊거나 양을 줄이면 간염이 갑자기 악화될 수 있어, 변경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진료실에서 물어볼 것

정기 진료나 검진 때는 간 수치뿐 아니라 혈액 속 바이러스 양 검사를 받았는지, 결과가 어느 정도인지 묻는 것이 좋다. 지금 상태에서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어떤 이점과 부담이 있는지, 다음 검사는 언제 받아야 하는지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생활 습관도 간 건강을 거든다. 술을 피하거나 줄이고, 기름진 음식 대신 채소와 과일을 넉넉히 먹으며 싱겁게 먹는 습관, 걷기나 맨손 체조 같은 가벼운 운동을 무리 없이 이어 가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생활 습관만으로 간염이 낫는 것은 아니며, 치료 여부는 전문가와 상의해 정할 필요가 있다.

B형 간염 보유자라면 다음 진료 때 주치의나 소화기내과 전문의에게 새 기준을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첫걸음이다. 검진 항목이나 검사 비용이 궁금하면 가까운 보건소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