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가공육, 여성은 내장육과의 관련성이 눈에 띄어
살코기 위주로 골고루 먹고 만성질환자는 주치의와 상의
고기는 단백질을 채워 주는 대표 식품이어서 밥상에서 빼기 어렵다. 그런데 같은 고기라도 종류와 먹는 사람의 성별에 따라 건강과의 관련성이 다르게 나타났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다만 이 결과가 특정 고기를 먹으면 병이 생긴다는 뜻은 아니어서, 내용을 차분히 나눠 읽을 필요가 있다.
40세 이상 14만 명 살펴보니 “양보다 종류”
연구는 우리나라 40세 이상 성인 14만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고기를 먹는 총량이 아니라 어떤 고기를 먹었는지, 그리고 먹은 사람이 남성인지 여성인지였다. 그 결과 고기의 종류와 성별에 따라 건강과 맺는 관계가 서로 달랐다.
남성의 경우 소고기,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를 적당히 먹는 것이 위 건강과 좋은 쪽으로 관련될 수 있다는 내용이 나왔다. 이런 경향은 마른 체형이거나 과거 담배를 피운 적이 있는 남성에게서 더 두드러질 수 있다고 한다. 반면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소금에 절이거나 훈연 등으로 가공한 고기)을 자주 먹으면 대장 건강에 좋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여성에게서는 곱창, 막창, 간 같은 내장육이 눈에 띄었다. 내장육을 비교적 많이 먹은 여성은 유방이나 췌장 건강에 불리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었고, 특히 60세 이상이면서 마른 체형인 여성에게서 이런 관련성이 주목됐다. 내장육에는 살코기보다 비소, 카드뮴 같은 중금속이 쌓여 있을 수 있고, 이 물질이 몸에 축적되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관찰 결과와 원인은 다르다
이번 연구는 사람들의 식습관과 건강 상태를 지켜본 관찰 연구다. 관찰 연구는 두 가지가 함께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 줄 뿐, 한쪽이 다른 쪽의 원인이라는 사실까지 증명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붉은 고기가 위를 지켜 준다거나 내장육이 암을 일으킨다고 단정하는 것은 연구의 범위를 넘어서는 해석이다.
“적당히”라는 표현도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붉은 고기와 관련된 긍정적인 내용은 고기를 많이 먹어도 된다는 뜻과는 별개다. 결국 이 정보는 무엇을 피하라는 명령이라기보다 밥상을 고를 때 참고할 단서로 보는 편이 알맞다.
더 살펴볼 사람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사람
햄이나 소시지를 반찬으로 자주 올리는 남성 어르신, 곱창이나 간 요리를 즐겨 찾는 여성 어르신은 식습관을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60세가 넘고 체중이 적게 나가는 여성 어르신이라면 내장육을 먹는 횟수에 조금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남성 역시 내장육을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로 살코기를 중심으로 여러 종류의 고기를 번갈아 먹고, 가공육과 내장육은 가끔 별미로만 먹는 사람이라면 지나치게 불안해할 이유는 크지 않다. 고기를 무작정 끊으면 오히려 단백질이 모자랄 수 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야 한다.
밥상에서 먼저 확인할 것
우선 지방이 적은 살코기 위주로 고르고, 한 가지 고기만 고집하기보다 여러 고기를 돌아가며 먹는 것이 영양 균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가공육 대신 집에서 직접 조리한 신선한 고기를 택하고, 간을 싱겁게 하며 섬유질이 많은 채소를 곁들이는 방법도 있다. 내장육은 자주 먹기보다 가끔 즐기는 정도로 줄여 볼 만하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있거나 꾸준히 먹는 약이 있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약과 음식의 궁합은 약사에게, 식단 짜기는 가까운 보건소 영양 상담 창구에 물어볼 수 있다.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