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과 음식 보존에는 보탬이 되지만 병을 고치는 약과는 별개다
소량부터 쓰고 약을 먹거나 속이 약하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무더위가 이어지면 밥상 앞에서 수저를 드는 일조차 버거워지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이럴 때 오이냉국이나 냉면에 식초 몇 방울을 떨어뜨리면 입맛이 한결 살아난다는 이야기가 흔히 오간다. 다만 식초가 몸에 좋다는 말이 퍼지면서 많이 먹을수록 건강해진다거나 상한 음식도 식초로 되살릴 수 있다는 오해까지 함께 퍼지고 있다.
새콤한 맛의 정체는 유기산
식초의 신맛은 유기산(초산처럼 식품 속에 들어 있는 여러 산성 물질)에서 나온다. 이 유기산은 몸이 에너지를 만들고 쓰는 과정인 신진대사를 돕고 지친 몸의 피로감을 덜어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새콤한 맛 자체가 침 분비를 자극해 더위로 떨어진 입맛을 끌어올리는 데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식초는 예로부터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도록 보존하는 데 쓰여 왔다. 살균 작용이 있어 고온다습한 여름철 음식 위생에 일정한 도움이 되고, 장 속에서 해로운 균이 지나치게 늘어나는 것을 막는 데도 거들 수 있다는 설명이 따른다. 조미료로 쓰면 맛은 살리면서 열량 부담은 적어 기름진 양념을 줄이는 데도 쓸모가 있다.
보탬이 되는 식품과 치료제는 다르다
식초가 노폐물 배출이나 혈액순환을 도와 몸을 가볍게 느끼게 해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식생활 속에서 기대할 수 있는 보조적인 효과다. 식초를 먹는다고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이 낫는 것은 아니며, 의학적인 치료제와는 별개로 볼 필요가 있다.
음식 보존 효과도 마찬가지다. 식초가 음식이 상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이미 상한 음식을 안전하게 되돌리지는 못한다. 여름철 식중독을 막는 기본은 여전히 냉장 보관과 빠른 섭취, 조리 도구의 위생 관리다.
조심해야 할 사람과 생활 속 활용법
식초는 산성이 강해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리거나 치아 겉면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위가 약해 속쓰림이 잦은 어르신, 꾸준히 약을 먹는 어르신, 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어르신은 식초를 따로 챙겨 먹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하는 편이 안전하다. 반대로 특별한 질환이 없고 위장이 편한 사람이라면 음식에 곁들이는 정도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다.
물에 타서 마실 때는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 한 컵에 한두 방울 정도의 아주 적은 양으로 시작해 몸에 맞는지 살피는 것이 좋다. 음식에는 오이냉국, 냉면, 채소 무침, 피클에 조금씩 넣거나 샐러드드레싱에 발사믹 식초를 섞는 방법이 있다. 김밥용 밥을 지을 때 밥물에 식초를 약간 넣으면 밥이 쉽게 쉬는 것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오래 두지 말고 서늘하게 보관해야 한다.
먹기 전에 확인하고 물어볼 것
식초를 건강 목적으로 매일 마실 생각이라면 먼저 지금 먹는 약과 함께 먹어도 괜찮은지, 속쓰림이나 역류 증상이 있는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마신 뒤에는 물로 입을 헹궈 치아에 산이 오래 남지 않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복용 중인 약과의 관계는 단골 약국의 약사에게, 만성질환과 관련된 식단 조절은 주치의에게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 식생활 상담이 필요하면 가까운 보건소의 영양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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