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관리법으로 알려진 간헐적 단식, 어르신도 따라 해도 될까
자율신경계·부신이 지친 몸에는 긴 공복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
시작 전 주치의와 상의하고 규칙적인 식사부터 확인

정해진 시간에만 먹고 나머지 시간은 굶는 “간헐적 단식”이 체중 관리법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따라 해 보려는 어르신도 늘고 있다. 소화기관을 쉬게 한다는 설명도 관심을 끄는 이유다. 다만 이 방법이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니며, 몸의 균형을 맡는 자율신경계나 부신 기능이 약해진 어르신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복을 버티는 몸속 장치, 자율신경계와 부신

자율신경계(의지와 상관없이 몸을 조절하는 신경)는 심장 박동, 소화, 호흡처럼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뤄지는 일을 맡는다. 몸의 자동 운전 장치에 비유되는 이유다.

부신은 콩팥 위에 모자처럼 얹힌 작은 샘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몸이 대처하도록 돕고, 끼니를 거를 때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공복을 견디는 힘의 상당 부분이 이 두 장치에 달려 있는 셈이다.

건강법과 비상 신호는 다르다

오랜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지병으로 자율신경계와 부신이 이미 지친 상태에서 갑자기 긴 공복을 이어가면 몸은 이를 비상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때 교감신경(몸을 긴장시키고 활동 태세로 만드는 신경)이 지나치게 활발해지면서 여러 불편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손 떨림,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 집중력 저하가 대표적이다. 이런 상태가 되풀이되면 만성 피로와 불안감, 불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몸을 가볍게 하려고 시작한 단식이 몸에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단식 자체가 해롭다는 말과는 별개로, 몸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짚을 필요가 있다.

조심해야 할 사람, 먼저 챙길 식사

특히 주의가 필요한 사람은 평소 피로가 심하거나 잠자리가 편치 않은 어르신,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어르신,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먹는 어르신이다. 이런 경우 간헐적 단식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어 시작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굶기보다는 규칙적이고 균형 잡힌 식사로 몸에 꾸준히 에너지를 공급하는 편이 낫다는 조언이 많다. 저녁은 너무 늦지 않게 먹고, 아침까지의 공복이 몸에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하는 방식이다. 충분한 잠과 스트레스 관리도 자율신경계를 지키는 데 보탬이 되며, 밤에는 스마트폰과 TV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아침에 몸이 무겁고 피곤하다면 든든한 아침 식사가 힘이 될 수 있다. 달걀, 두부, 살코기 같은 단백질 식품에 견과류, 아보카도 같은 좋은 지방을 곁들이면 몸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뜻한 국이나 찌개에 현미밥, 단백질 반찬을 더한 한 상이 한 예다.

몸이 보내는 신호부터 확인

어떤 건강법이든 “나에게 맞는가”라는 의문이 들거나 불편한 증상이 생기면 일단 멈추고 몸 상태를 살필 필요가 있다. 손 떨림, 식은땀, 두근거림, 집중력 저하, 만성 피로, 이유 없는 불안, 잠들기 어려움이 나타난다면 단식을 무리하게 이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유행하는 방법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몸 상태와 먹는 약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순서다. 간헐적 단식을 고민 중이라면 주치의에게 지병과 복용 약을 알리고 해도 되는지 먼저 묻고, 약과 식사 시간의 관계는 약사에게, 식단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