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와 고기 종류에 따라 결과가 갈렸고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가공육을 줄이고 단백질 식품을 고루 고르는 것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저녁 밥상에 돼지고기 구이가 오를지, 햄 반찬이 오를지는 대개 그날 냉장고 사정에 따라 정해진다. 그런데 고기를 얼마나 먹느냐보다 어떤 종류를 먹느냐가 암 사망 위험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결과를 “어떤 고기는 암을 막고, 어떤 고기는 암을 부른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고기를 네 갈래로 나눠 살폈다
연구팀은 고기를 붉은 고기(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내장육(간, 곱창처럼 동물의 내장 부위), 가공육(햄, 소시지처럼 가공 과정을 거친 고기)으로 나눠 암 사망과의 관계를 들여다봤다. 서양인이 아니라 한국인의 식습관을 바탕으로 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국내 어르신에게 참고가 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성에서는 붉은 고기를 적당히 먹는 경우 위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낮은 경향과 관련이 있었다. 식탁에 흔히 오르는 구이용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여기에 속한다. 반면 가공육은 대장암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서는 양상이 달랐다. 간, 곱창, 순대 같은 내장육을 비교적 자주 먹는 것이 유방암이나 췌장암 사망 위험이 높은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고, 이런 경향은 60세 이상 여성에서 더 두드러졌다.
“관련이 있다”와 “원인이다”는 다르다
이번 결과는 식습관과 사망 사이에 나타난 관련성을 보여준 것이다. 특정 고기가 특정 암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점은 연구 내용에서도 함께 언급됐다. 고기를 즐겨 먹는 사람의 다른 생활 습관, 조리 방식, 함께 먹는 음식 같은 요인이 결과에 섞여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이 붉은 고기를 일부러 더 먹어야 한다거나, 여성이 내장육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다. “적당히”라는 표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뜻과는 별개다.
누가 더 눈여겨볼까
햄, 소시지, 베이컨을 반찬이나 간식으로 자주 먹는 사람이라면 가공육 비중부터 돌아볼 만하다. 순대, 곱창, 간 요리를 즐기는 60세 이상 여성 어르신도 먹는 횟수를 한 번쯤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가끔 조금 맛보는 정도라면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닐 수 있다.
반대로 입맛이 없어 고기를 거의 먹지 못하는 어르신은 사정이 다르다. 이 경우에는 고기 종류를 가리기보다 단백질을 충분히 먹는 것이 먼저일 수 있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콩, 달걀 등 여러 단백질 식품을 고루 돌려 먹는 방식이 무난하다.
조리법도 함께 살필 부분이다. 굽거나 튀기기보다 삶거나 찌면 기름 섭취를 줄일 수 있고, 신선한 채소를 곁들이면 식단의 균형을 맞추기 쉽다.
식단을 바꾸기 전에 확인할 것
당뇨병, 콩팥병, 통풍처럼 식사 조절이 필요한 만성질환이 있거나 여러 약을 먹고 있다면 혼자 식단을 크게 바꾸기보다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고기 섭취량을 늘리거나 줄일 때 질환에 따라 주의할 점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 때는 평소 일주일에 어떤 고기를 몇 번 먹는지, 가공육과 내장육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를 적어 가면 상담이 수월하다. 식단 짜기가 막막하다면 가까운 보건소의 영양 상담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뒤 상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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