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속 기생충 유충이 피부로 들어와 비슷한 증상을 낼 수 있다
치료해도 낫지 않거나 실 같은 자국이 보이면 진료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피부가 건조하고 얇아져 발이나 다리가 가려운 일이 잦다. 많은 어르신이 이런 가려움을 습진이나 무좀으로 여기고 집에 있는 연고부터 바른다. 다만 가렵고 붉은 발진이 모두 습진인 것은 아니며, 원인이 전혀 다른 질환이 습진처럼 보일 수 있다.
습진 치료에도 낫지 않던 발등 발진
최근 네팔에서 60대 농부의 사례가 알려졌다. 이 남성은 왼쪽 발등이 몹시 가렵고 붉은 발진이 생겨 병원을 찾았고, 처음에는 습진으로 보고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바르는 약과 먹는 약을 써도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가려움은 오히려 심해졌다.
며칠 뒤 발등에서 발목 안쪽으로 붉고 구불구불한, 실처럼 가는 선 모양의 자국이 나타났다. 의료진은 이 독특한 자국을 보고 나서야 “피부 유충 이행증”(기생충 유충이 피부 속을 옮겨 다니며 생기는 질환)으로 진단을 바꿨다. 처음 모습이 흔한 습진과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사례다.
습진과 유충 이행증은 원인이 다르다
피부 유충 이행증은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의 배설물로 오염된 흙이나 모래에 사는 아주 작은 기생충 유충이 사람 피부의 겉층으로 파고들어 생긴다. 유충이 피부 속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지나간 자리에 붉고 가려운 흔적을 남기는 것이 특징이다. 유충은 상처가 없는 피부로도 들어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겉으로 보이는 가려움과 붉은 발진은 비슷해도 습진과 유충 이행증은 원인과 치료가 서로 다르다. 습진 연고로 가라앉지 않는 발진이라면 다른 원인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붉은 자국이 생겼다고 모두 기생충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으므로, 판단은 진료를 통해 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흙과 모래를 맨발로 밟는 사람은 더 살펴야
텃밭이나 밭일을 하는 어르신, 공원 모래밭이나 해변을 맨발로 걷는 사람,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은 특히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흙이나 모래에 맨살이 닿은 뒤 가려움과 발진이 생겼다면 그 사실을 기억해 두었다가 진료 때 알리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노출이 없고 건조한 날씨에 가려움이 심해지는 경우라면 피부 건조나 습진 쪽일 가능성이 더 클 수 있다.
예방은 어렵지 않다. 흙이나 모래가 있는 곳에서는 맨발을 피하고 신발과 장갑을 갖추는 것이 기본이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정기적으로 구충을 하고 배설물을 깨끗이 치워 주변 흙이 오염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긁지 말고 진료 때 알릴 것
가렵다고 세게 긁으면 피부에 상처가 나고, 그 틈으로 세균이 들어가 덧날 수 있다. 가려울 때는 차가운 물수건을 살짝 대거나 처방받은 연고를 쓰는 편이 낫다. 집에서 혼자 판단해 약을 바꾸거나 민간요법을 쓰는 것은 오히려 증상을 키울 수 있다.
발진이 며칠이 지나도 낫지 않거나 붉고 구불구불한 선이 보이면 피부과나 주치의를 찾는 것이 좋다. 진료 때는 언제부터 가려웠는지, 흙이나 모래에 맨발로 닿은 적이 있는지, 반려동물을 키우는지를 함께 말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처럼 평소 먹는 약이 있다면 처방 전에 반드시 알리고, 약 사이의 영향은 약사에게도 물어볼 수 있다.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