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진단 직후 증상이 없어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혈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몸 혈관이 함께 손상될 수 있다
진단을 받았다면 치료 계획부터 주치의와 정해야 한다

건강검진에서 혈당이 높다는 말을 듣고도 “아직 아픈 데가 없으니 좀 지켜보자”며 병원 방문을 뒤로 미루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당뇨병은 흔한 병이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깔려 있다. 다만 진단 직후 얼마나 빨리 관리를 시작하느냐가 이후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흔한 병이라 천천히 대응해도 된다는 생각은 다시 볼 필요가 있다.

혈당 문제를 넘어 온몸 혈관의 병

당뇨병은 흔히 혈당(피 속 포도당 농도)이 높은 병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높은 혈당이 오래 이어지면 가는 혈관부터 굵은 혈관까지 서서히 손상될 수 있어 전신 질환으로 보는 것이 맞다. 녹이 슬어 가는 오래된 수도관에 비유되기도 한다.

특히 위험한 곳은 심장, 뇌, 콩팥, 눈처럼 혈관이 촘촘히 얽힌 장기다. 이런 손상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 없이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주의가 필요하다.

3개월 안에 시작한 사람과 1년 넘게 미룬 사람

최근 한 연구에서는 당뇨병 진단 후 3개월 안에 약물 치료를 시작한 사람들이 1년 넘게 치료를 늦춘 사람들보다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사망 위험도 69% 낮았다는 결과가 함께 소개됐다. 다만 이는 두 집단을 비교해 관찰한 결과로, 치료 시점 하나만으로 모든 차이가 설명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런 차이를 설명하는 말로 “대사 기억”(레거시 효과, 초기 혈당 조절의 영향이 오래 남는 현상)이 거론된다. 초기에 혈당을 잘 다스려 두면 나중에 혈당이 다소 오르더라도 혈관을 보호하는 효과가 이어질 수 있다는 개념이다. 반대로 초기에 높은 혈당을 오래 방치하면 혈관이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상할 수 있다.

증상이 없는 것과 손상이 없는 것은 다르다

당뇨병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다. 그래서 몸이 멀쩡하다는 느낌이 치료를 미루는 이유가 되기 쉽다. 하지만 증상이 없다는 것과 혈관이 손상되지 않았다는 것은 별개다.

최근 쓰이는 당뇨약 가운데에는 혈당을 낮추는 것에 더해 심장이나 콩팥 같은 장기를 보호하는 효과가 함께 알려진 약도 있다. 어떤 약이 맞는지는 나이, 지병, 복용 중인 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주치의 판단이 필요하다.

검진에서 혈당이 높다는 말을 들었거나 이미 당뇨 진단을 받은 어르신이라면 이 내용이 해당한다. 고혈압, 이상지질혈증(혈중 지방 수치 이상) 같은 지병이 있거나 다른 약을 먹고 있다면, 새 당뇨약을 시작하기 전에 그 사실을 반드시 주치의에게 알려야 약물 상호작용을 미리 따져볼 수 있다. 처방받은 약을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임의로 줄이거나 끊는 것도 피해야 한다.

검진 결과부터 다시 확인할 때

먼저 정기 건강검진을 거르지 말고, 혈당 수치를 확인했다면 결과지를 들고 주치의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순서다. 약과 함께 생활 습관 관리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 설탕과 흰 밀가루 음식을 줄이고 채소와 통곡물을 고루 먹으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하루 30분가량 걷는 것이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혼자 관리하기 버겁다면 가족이나 이웃과 식단을 함께 챙기고 산책을 같이 하는 방법도 있다. 치료 시점이나 약 선택이 궁금하면 주치의에게, 복용 중인 약과의 관계는 약사에게 묻고, 검진 일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가까운 보건소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