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을 보태는 식재료일 뿐 약을 대신하지는 않아
신장 질환이나 혈액 묽게 하는 약 복용 중이면 먼저 상담
데친 시금치에 다진 마늘과 참기름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 나물은 많은 가정의 밥상에 빠지지 않는 반찬이다. 마늘이 시금치 특유의 풋내를 잡아 맛을 살린다는 것은 오래된 부엌 상식이고, 두 재료를 함께 먹으면 영양 면에서도 서로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다만 몸에 좋은 재료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많이 먹을수록 좋은 것은 아니다.
시금치의 철분, 마늘의 비타민 B
시금치에는 철분과 비타민 B군, 비타민 C가 들어 있고 마늘에도 비타민 B군이 많은 편이다. 철분은 혈액 속에서 산소를 나르는 데 쓰이고, 비타민 B군은 몸이 음식에서 기운을 얻는 과정에 관여한다. 여기에 비타민 C는 채소에 든 철분이 몸에 흡수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재료에는 항산화 성분(몸속 활성산소를 줄이는 물질)도 들어 있다. 이런 성분이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혈액순환과 혈압 관리, 염증 완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 있다. 시금치와 마늘을 한 접시에 담으면 맛과 영양을 함께 챙기는 반찬이 되는 셈이다.
좋은 반찬과 치료제는 다르다
그렇다고 시금치 마늘 나물이 빈혈이나 고혈압, 심장 질환을 고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음식 속 성분이 몸에 이롭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과 특정 반찬을 먹어 병이 낫는다는 것은 별개다. 이미 혈압약이나 빈혈 치료제를 처방받은 어르신이라면 나물은 균형 잡힌 식사의 한 부분으로 보고, 치료는 처방대로 이어갈 필요가 있다.
한 가지 재료에 기대기보다 여러 음식에 나눠 넣는 편이 현실적이다. 나물뿐 아니라 된장국, 찌개, 볶음 요리에 시금치와 마늘을 함께 넣으면 질리지 않고 꾸준히 먹기 쉽다. 간을 세게 하면 나트륨 섭취가 늘 수 있으므로 소금과 간장은 조금씩 쓰는 것이 좋다.
양을 조절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신장 기능이 약한 어르신은 시금치 섭취량을 조절해야 할 수 있다. 시금치는 칼륨과 수산(옥살산, 결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성분)이 많은 채소로 알려져 있어, 신장이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장 질환으로 식사 제한을 안내받았다면 그 기준을 먼저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혈액을 묽게 하는 약(항응고제나 항혈소판제)을 먹는 어르신도 주의가 필요하다. 시금치 같은 푸른 잎채소에는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비타민 K가 들어 있고, 마늘도 혈액이 굳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경우 갑자기 많이 먹거나 끊기보다 평소 먹던 양을 고르게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조언이 많다. 특별한 질환이 없고 약을 먹지 않는 어르신이라면 반찬으로 즐기는 정도는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약과 지병이 있다면 먼저 물어볼 것
지병이 있거나 여러 약을 함께 먹는 어르신은 진료 때 주치의에게 시금치나 마늘을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약을 받을 때 약사에게 지금 먹는 약과 음식 사이에 주의할 점이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식단 상담이 필요하면 가까운 보건소의 영양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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