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를 갈아 마시는 주스, 몸에 이로운지 헷갈리는 어르신 많아
채소 중심 주스와 과일을 많이 넣은 주스는 혈당에 주는 영향이 다르다
과일은 적게, 설탕은 빼고, 복용 중인 약이 있으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

아침마다 믹서기에 채소와 과일을 넣어 한 잔씩 갈아 마시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 그만큼 “갈면 영양이 다 사라진다”, “주스는 오히려 혈당을 올린다” 같은 말도 함께 돌면서 무엇을 믿어야 할지 묻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다만 채소 주스는 무엇을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성격이 크게 달라지는 음료여서, 좋다 나쁘다로 한데 묶어 판단하기는 어렵다.

껍질째 갈면 식이섬유는 남는다

흔히 채소를 갈면 좋은 성분이 모두 빠져나간다고 여기지만, 채소와 과일을 껍질째 통으로 갈면 식이섬유(장 운동을 돕는 소화되지 않는 성분)는 대부분 주스 안에 그대로 남는다. 즙만 짜내고 건더기를 버리는 방식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설탕을 넣지 않고 채소 위주로 만든 주스는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성분(몸속 활성산소를 줄이는 데 관여하는 성분)을 챙기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치아가 불편하거나 입맛이 없어 채소를 충분히 먹지 못하는 어르신에게는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채소를 꾸준히 먹으면 변비 완화나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는 채소 섭취 전반에 대한 이야기이지 주스만의 효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씹어 먹는 채소와 갈아 마시는 주스는 다르다

같은 재료라도 통째로 씹어 먹을 때와 갈아서 마실 때는 몸에서 받아들이는 속도가 다르다. 갈면 입자가 잘게 부서져 영양분이 더 빨리 흡수되는데, 이 점이 당분에서는 약점이 될 수 있다. 과일을 많이 넣어 갈면 당이 빠르게 흡수돼 혈당이 갑자기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재료의 비율이 중요하다. 당근, 토마토, 케일, 오이 같은 채소를 중심에 두고, 쓴맛 때문에 마시기 어렵다면 사과나 바나나를 1~2조각 정도만 더해 맛을 맞추는 방식이 권해진다. 포도나 오렌지처럼 단맛이 강한 과일은 갈기보다 통째로 먹는 편이 혈당 관리에 낫다는 설명이다. 설탕이나 시럽을 넣는 것은 건강을 위해 마시는 취지와 맞지 않으며, 단맛이 꼭 필요하다면 과일 양을 조금 늘리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좋다.

마시는 때와 관련해서는 몇몇 연구에서 식사 30분 전에 무가당 채소 주스를 한 잔 마시면 식후 혈당이 급히 오르는 것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이는 일부 연구의 관찰이며, 주스 한 잔이 혈당 관리를 대신해 준다는 뜻과는 별개다. 균형 잡힌 식사와 생활 습관이 바탕이 돼야 한다.

당뇨·혈액 응고 약 복용자는 더 따져봐야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당뇨가 있거나 혈당 관리가 필요한 어르신이다. 과일 비율이 높은 주스는 혈당을 흔들 수 있어, 채소 위주로 만들고 마신 뒤 혈당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압약, 당뇨약 등 꾸준히 먹는 약이 있거나 만성 질환이 있는 어르신도 재료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일부 채소는 약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혈액 응고를 늦추는 약(항응고제)을 먹는 사람은 케일처럼 비타민 K가 많은 채소를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수 있다. 반면 특별한 질환이나 복용 약이 없고 평소 채소가 부족했던 어르신이라면 무가당 채소 주스를 식단의 일부로 더해 보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시작 전에 확인하고 물어볼 것

채소 주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먼저 지금 먹는 약과 앓고 있는 질환을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그다음 주스에 넣을 채소와 과일의 종류와 양을 정하고, 설탕이나 시럽은 넣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주치의나 단골 약국의 약사에게 “이 채소를 매일 갈아 마셔도 약에 문제가 없는지”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안전하다. 혈당이 걱정된다면 주스를 마신 뒤 혈당을 재 보고 그 결과를 진료 때 함께 보여주는 것도 방법이다. 식단 조절이 막막하다면 가까운 보건소의 영양 상담을 이용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