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에서 “당뇨 전 단계”를 들은 어르신이 적지 않다
당뇨병은 아니지만 혈관이 영향을 받기 시작할 수 있는 시기다
잡곡밥·채소·싱거운 간부터 바꾸고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건강검진 결과지에 “당뇨 전 단계”라는 말이 적혀 있으면 많은 어르신이 “아직 당뇨는 아니니 괜찮다”고 넘기기 쉽다. 이 단계는 혈당이 정상보다 높지만 당뇨병 진단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를 가리킨다. 다만 병이 아니라는 사실과 몸에 아무 변화가 없다는 것은 다르다.

신호등의 노란불, 가는 혈관부터 지칠 수 있다

당뇨 전 단계는 흔히 신호등의 노란불에 비유된다. 빨간불, 즉 당뇨병으로 넘어가기 전에 주의를 주는 신호라는 뜻이다. 이 시기부터 눈의 망막(눈 안쪽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막)처럼 아주 가는 혈관이 서서히 약해질 수 있고, 심장과 뇌 같은 주요 장기의 혈관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거꾸로 보면 이 시기는 생활 습관을 바꿔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식사와 생활 습관을 고치면 당뇨병으로 넘어가는 것을 늦추거나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어서, 정기 검사로 수치 변화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탄수화물만의 문제는 아니다, 기름과 소금도 함께 봐야

혈당 관리라고 하면 밥과 단 음식만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혈관 건강까지 생각하면 탄수화물 조절과 기름·소금 조절은 따로 떼어 볼 일이 아니다. 하얀 쌀밥, 흰 밀가루 빵처럼 정제된 탄수화물(껍질과 씨눈을 깎아 낸 곡물로 만든 음식)은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 현미, 보리, 콩을 섞은 잡곡밥은 천천히 소화돼 혈당이 급하게 오르는 것을 줄이고 식이섬유도 더해 준다. 밥 양은 한 번에 자기 주먹 크기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 방법이 있다.

설탕, 꿀, 시럽이 많이 든 음식과 음료는 혈당을 특히 빠르게 올린다. 지방은 종류를 가려야 한다. 고기 비계나 튀김처럼 포화지방(주로 동물성 기름에 많은 지방)이 많은 음식은 혈관에 부담이 될 수 있어 가끔 먹는 별미 정도로 두는 편이 낫다. 참기름, 들기름, 올리브유 같은 식물성 기름과 아몬드, 호두 같은 견과류에는 불포화지방이 많지만, 견과류는 열량이 높아 조금씩 먹는 것이 좋다.

짠 음식은 혈압을 올리고, 혈압과 혈당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찌개나 국은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먹고, 햄, 소시지, 어묵, 라면 같은 가공식품은 생각보다 소금이 많아 줄일 필요가 있다. 소금과 간장 대신 고춧가루, 마늘, 양파, 파, 들깨가루로 맛을 내면 싱겁게 먹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나물, 쌈 채소, 미역, 다시마, 두부, 콩에 많은 식이섬유는 혈당이 천천히 오르게 돕고 콜레스테롤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꺼번에 바꾸기보다 세 가지부터

식단을 하루아침에 모두 바꾸려 하면 오래가기 어렵다. 먼저 밥을 잡곡밥으로 바꾸고 끼니마다 채소 반찬을 넉넉히 두는 것, 밥보다 채소를 먼저 먹는 것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다음은 국물을 적게 먹고 식탁에서 양념통을 치워 두는 일이다.

간식도 손볼 대상이다. 과자, 단 음료, 짠 스낵 대신 신선한 과일이나 견과류, 저지방 우유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다만 과일도 단맛이 강한 것은 양을 조절해야 하고, 견과류 역시 한 줌을 넘기지 않는 편이 낫다.

약을 먹고 있다면 혼자 판단하지 말아야

이미 혈압약이나 혈당을 낮추는 약을 먹고 있는 어르신은 식사 습관을 크게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먹는 양과 내용이 달라지면 약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장 질환 등으로 식사 제한을 받고 있는 경우도 일반적인 식단 조언과는 별개로 따로 지시를 받아야 한다.

검진에서 당뇨 전 단계를 들었다면 다음 진료 때 지금 혈당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 언제 다시 검사할지, 지금 먹는 약과 식단 변화가 충돌하지 않는지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 식단 짜기가 막막하면 가까운 보건소의 영양 상담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 사후 관리 프로그램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