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감각과 뼈가 약해지고 어두운 길·젖은 바닥이 위험을 키운다
조명, 손잡이, 실내화, 복용 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밤중에 잠에서 깨 화장실로 가는 짧은 길, 불을 켜지 않은 채 벽을 더듬어 걷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수십 년 살아온 집이라 눈을 감고도 다닐 수 있다고 여기기 쉽다. 다만 집이 익숙하다는 것과 집이 안전하다는 것은 다르다. 몸의 변화에 맞춰 집 안 환경을 손보지 않으면 가장 편한 공간이 사고가 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균형 감각과 뼈가 약해지면 작은 충격도 크다
나이가 들면 몸의 균형을 잡는 능력이 떨어지고 뼈도 약해진다. 젊을 때라면 가볍게 지나갈 미끄러짐이나 부딪힘이 골절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원로 배우가 어두운 집 안에서 다친 일이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넘어져 뼈가 부러지면 입원과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동안 움직임이 줄면서 근력이 더 약해지는 악순환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다친 뒤의 치료보다 넘어지지 않도록 미리 집 안을 점검하는 일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온다.
어두운 길과 젖은 바닥, 두 곳부터 손봐야
사고 위험을 키우는 첫째 요인은 어둠이다. 주변이 잘 보이지 않으면 문지방이나 가구 모서리를 놓치기 쉽다. 특히 침실에서 화장실까지처럼 밤에 자주 오가는 길에는 불을 충분히 밝혀 둘 필요가 있다. 잠자리 옆에 스탠드를 두거나 사람이 지나가면 저절로 켜지는 센서등(움직임 감지 조명)을 다는 방법이 있고, 조명 스위치는 문 바로 옆에 두어 어둠 속에서 손으로 찾지 않아도 되게 하는 편이 낫다.
둘째는 화장실이다. 물기가 남은 바닥은 생각보다 훨씬 미끄럽다. 변기와 욕조 옆에 몸을 지탱할 안전 손잡이를 단단히 고정하고,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까는 것이 기본이다. 집 안 문턱은 발이 걸리기 쉬우므로 없애거나 경사판(문턱 앞뒤를 비스듬히 이어 주는 판)을 대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맨발보다 실내화, 깔개는 치우거나 고정
발에 무엇을 신느냐도 차이를 만든다. 맨발이나 바닥이 매끈한 양말보다 밑창에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된 편한 실내화가 더 안전할 수 있다. 다만 발에 헐겁거나 뒤축이 없는 실내화는 오히려 걸려 넘어질 수 있어 발에 잘 맞는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거실이나 현관에 깔아 둔 작은 깔개와 카펫도 살펴볼 대상이다. 밟을 때 밀리면서 몸의 중심을 잃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쓰지 않는 깔개는 치우고, 꼭 필요하면 바닥에 고정하는 것이 좋다. 다니는 길에 놓인 신문 뭉치, 전선, 바구니 같은 물건도 평소에 정리해 두어야 한다.
눈과 어지럼증, 복용 약은 주치의와 상의
집 안 환경을 바꾸는 것과 몸 상태를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눈이 침침하거나 자주 어지러운 어르신은 같은 집에서도 더 넘어지기 쉽다.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아 시력을 점검하고, 어지럼증이 있다면 그 원인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먹는 약 가운데 어지럼증을 부를 수 있는 약이 있는지도 따져 볼 일이다. 이때 스스로 약을 끊거나 바꾸는 것은 위험할 수 있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 복용 시간이나 종류를 조절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 바람직하다. 혼자 사는 어르신이라면 가족이 함께 집 안을 둘러보며 조명, 손잡이, 깔개, 문턱을 하나씩 점검하는 것도 방법이다. 약에 관한 궁금증은 단골 약국 약사에게, 집 안 안전 설비나 지원 제도는 가까운 보건소나 주민센터에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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