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성은 빠르게 나빠지고 건성은 비교적 천천히 진행한다
해마다 안과 검진, 집에서 격자 확인, 치료는 끊지 않기
달력의 숫자 줄이 구불구불해 보이거나 마주 앉은 가족의 얼굴 한복판이 뿌옇게 지워져 보인다면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조금씩 떨어지는 일은 흔하지만, 그 뒤에 황반변성처럼 시력을 크게 앗아 갈 수 있는 질환이 숨어 있을 수 있다. 다만 “눈이 아프지 않으니 별일 없다”는 판단은 이 병에서 맞지 않는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알아차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시야 한가운데를 맡는 황반, 고장 나면 중심부터 흐려진다
눈 안쪽에는 빛을 받아들이는 얇은 신경막인 망막이 있고, 그 중심부에 황반이 자리한다. 황반은 글자나 얼굴처럼 정면의 사물을 선명하게 보고 색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 부위가 손상되는 병이 황반변성이며, 반듯한 선이 휘어 보이거나 시야 가운데가 비어 보이는 것이 대표 증상으로 꼽힌다.
이런 변화가 초기에 잘 드러나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쪽 눈에만 먼저 병이 생기면 반대쪽 눈이 부족한 시야를 채워 주기 때문에 당사자도 이상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 그래서 병이 꽤 진행된 뒤에야 안과를 찾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같은 황반변성이라도 습성과 건성은 다르다
황반변성은 크게 습성과 건성으로 나뉜다. 습성 황반변성(황반 아래에 정상이 아닌 혈관이 새로 자라는 유형)은 환자 가운데 일부에 해당하지만 시력을 빠르게 떨어뜨리고,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비교적 천천히 진행하는 건성과는 위험의 무게가 다르므로, 진단을 받았다면 어떤 유형인지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 병은 한 번 치료하고 끝나는 질환과는 별개로, 오랜 기간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에 가깝다. 요즘은 눈에 놓는 주사 횟수를 크게 줄여 환자의 부담을 덜어 주는 치료법도 소개되고 있어 전문의와 상의해 맞는 방법을 고를 수 있다. 그러나 한번 잃은 시력은 되찾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어, 무엇보다 일찍 발견하는 것이 우선이다.
검진이 필요한 사람과 습관을 고쳐야 할 사람
65세가 넘은 어르신은 눈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더라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안과 정기 검진을 받도록 권장된다. 증상이 없는 것과 병이 없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이미 다른 눈 질환을 앓고 있거나 가족 가운데 황반변성 환자가 있다면 검진 간격을 주치의와 따로 의논하는 편이 좋다.
흡연은 황반변성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히므로 담배를 피우는 어르신이라면 끊는 일이 먼저다.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도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약 복용과 식사 관리를 꾸준히 이어 갈 필요가 있다. 햇빛이 강한 날 바깥에 나갈 때 선글라스를 쓰는 것도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미 치료 중인 어르신은 임의로 약이나 주사 치료를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를 갑자기 끊으면 시력이 급격히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사의 통증이나 비용, 병원 오가는 일이 힘들다면 중단하기보다 주치의에게 사정을 털어놓고 대안을 함께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에서 격자 그림으로 살피고, 이상하면 안과로
집에서 해 볼 수 있는 간단한 점검법도 있다. 암슬러 격자(바둑판처럼 가로세로 선을 그린 그림)를 눈높이에 놓고 한쪽 눈을 가린 뒤 다른 눈으로 가운데 점을 바라보는 방법이다. 그림은 인터넷에서 쉽게 내려받을 수 있으며, 양쪽 눈을 번갈아 살피면 된다.
선이 휘어 보이거나 군데군데 끊겨 보이거나 가운데가 어둡게 가려진다면 황반변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자가 점검은 진단 도구와는 다르다. 이상이 느껴지면 미루지 말고 안과에서 정밀 검사를 받고, 검진 주기와 치료 방법은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검진 지원이나 비용 문제는 가까운 보건소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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