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는 영양제도 간이 처리해야 하는 물질이다
음식으로 먹는 것과 고농축·고용량 제품은 간 부담이 다르다
새 제품은 복용 약 목록을 들고 주치의·약사와 먼저 상의한다

날씨가 바뀔 무렵이면 건강 보조 식품을 하나씩 더 사들이는 어르신이 많다. “먹어 두면 손해는 없다”는 기대 때문이다. 다만 영양제 역시 몸에 들어오면 간이 분해해야 하는 물질이어서, 여러 제품을 겹쳐 먹으면 간에 짐을 더할 수 있다.

영양제도 간을 거쳐 처리된다

간은 약물과 영양 성분을 걸러 분해하는 기관이어서 흔히 몸속 해독 공장으로 불린다. 건강에 이롭다고 알려진 성분 가운데에도 간에 무리를 주는 것이 있고, 정도가 심하면 간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약을 함께 먹거나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질환을 앓는 어르신은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어려운 점은 간이 상당히 나빠질 때까지 별다른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상을 알아챘을 때는 손상이 꽤 진행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문제가 생긴 뒤 대처하기보다 미리 어떤 제품을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 두는 편이 낫다.

녹차 한 잔과 녹차 추출물은 다르다

그렇다고 모든 영양제가 해롭다는 말은 아니다. 눈여겨볼 것은 성분을 진하게 모은 농축 제품이다. 녹차를 우려 마시는 일과 녹차 성분을 고농도로 뽑아 만든 추출물을 먹는 일은 서로 별개이며, 항산화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간에 부담이 갈 수 있다는 연구들이 있다. 항산화 효과가 목적이라면 따뜻한 녹차 한 잔이 더 무난한 선택일 수 있다.

고용량 비타민A도 살펴볼 대상이다. 비타민A는 지용성 비타민(기름에 녹아 몸에 쌓이는 비타민)이어서 많이 먹으면 몸속에 쌓여 간 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 달걀, 우유, 당근, 단호박 같은 평소 음식으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아, 부족하다는 확인 없이 고용량 제품을 따로 챙길 까닭은 크지 않다.

강황 영양제는 함께 들어간 성분까지 확인해야 한다. 강황의 주성분인 커큐민 제품에는 흡수를 높이려고 후추 추출물(피페린)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이 성분이 흡수를 과하게 끌어올려 간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와 수면에 좋다고 알려진 아슈와간다도 보통 용량에서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하지만, 권장량을 크게 넘겨 먹은 뒤 간 문제가 생겼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필요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영양제는 본래 모자란 영양소를 메우려고 먹는 것이다. 무엇이 부족한지는 혈액 검사 등으로 확인할 수 있고, 비타민A, D, E, K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몸에 쌓일 수 있어 정말 필요한지부터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주변 사람이 먹는다고 따라 사는 것과 자기 몸에 필요한 것을 채우는 것은 다르다.

식사를 고르게 하는 어르신이라면 채소, 과일, 견과류, 곡물, 생선만으로 대부분의 영양소를 얻을 수 있다. 강황도 카레나 국에 향신료로 넣어 먹는 방법이 있다. 음식으로 얻는 영양소는 몸에 주는 부담이 덜한 만큼, 영양제는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 신호와 상담 전 확인할 것

영양제를 먹는 사이 피로가 평소보다 심해지거나, 메스꺼움과 소화불량이 생기거나, 피부가 가렵거나, 소변 색이 짙어지거나, 피부와 눈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보이면 간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먹던 제품을 바로 끊고 주치의에게 알리는 것이 먼저다.

새 영양제를 고르기 전에는 지금 먹는 약과 영양제 목록을 적어 주치의나 약사에게 보여 주는 것이 좋다. 복용 중인 약과 겹치거나 부딪히는 성분은 없는지, 지병 때문에 피해야 할 성분은 없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에서도 먹고 있는 제품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