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은 이상이 생겨도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드러나지 않는 장기
한두 번의 식사보다 흡연·과음·과식이 오래 이어진 습관이 더 큰 부담
체중 감소·황달·윗배와 등 통증이 계속되면 주치의 진료로 확인

명치 안쪽이 가끔 묵직해도 대부분은 체했다고 여기고 넘긴다. 위장 뒤편 깊숙이 자리한 췌장은 탈이 나도 신호를 잘 보내지 않아 “소리 없는 장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만 기름진 음식을 몇 번 먹었다고 췌장이 바로 상하는 것은 아니며, 정작 살펴야 할 것은 수년간 굳어진 생활 습관이다.

소화 효소와 인슐린을 함께 만드는 장기

췌장이 맡은 일은 크게 두 가지다. 음식물을 잘게 쪼개는 소화 효소를 만들어 내보내고, 혈당(피 속 당분)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분비한다. 소화와 대사를 한꺼번에 떠받치는 만큼 췌장의 상태는 온몸의 건강과 맞물려 있다.

어려움은 자리에서 온다. 몸 깊은 곳에 있다 보니 문제가 생겨도 처음에는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몸의 회복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병이 드러난 뒤 대응하기보다 평소 습관을 점검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기름진 한 끼와 오래된 습관은 다르다

췌장에 짐을 지우는 요인으로는 과식, 잦은 과음, 체중 증가, 조절되지 않는 혈당 등이 꼽힌다. 이런 상태가 잠깐 있다 사라지는 것과 몇 년씩 이어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특정 음식 한 번보다 같은 습관이 오래 되풀이될 때 췌장이 서서히 지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것은 흡연이다. 담배에 든 해로운 물질은 혈액을 따라 췌장까지 이를 수 있으며, 흡연은 췌장에 가장 해로운 습관으로 알려져 있다. 혼자 끊기 힘들다면 주치의나 보건소 금연클리닉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술도 같은 맥락이다. 과음은 췌장에 염증이 생길 위험을 키울 수 있고, 염증이 반복되어 만성 췌장염(염증이 오래 지속돼 췌장 기능이 떨어지는 병)으로 이어지면 췌장이 점점 약해질 수 있다. 가끔 곁들이는 한두 잔과 잦은 과음은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술자리 뒤 평소와 다른 심한 윗배 통증이나 구토가 나타나면 숙취로 여기지 말고 곧바로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밥상 습관도 무관하지 않다. 늦은 밤 과식, 튀김 같은 기름진 음식,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 설탕이 많이 든 음료가 잦으면 체중이 늘고 혈당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채소와 생선, 콩류를 고루 먹고, 단 음료 대신 물이나 설탕 없는 차를 마시며, 천천히 씹어 먹어 과식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진료가 필요한 사람과 지켜볼 사람

췌장은 좀처럼 티를 내지 않지만 몇 가지 신호는 그냥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까닭 없이 몸무게가 크게 줄거나,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이 생기거나, 명치와 등 쪽 통증이 이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소변이 평소보다 짙어지거나, 대변이 하얗거나 회색빛을 띠거나, 입맛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도 여기에 든다.

혈당 변화도 단서가 된다. 없던 당뇨병이 갑자기 생기거나, 앓던 당뇨가 뚜렷한 이유 없이 나빠지면 원인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췌장 질환인 것은 아니며, 혼자 판단하기보다 진료로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대로 뚜렷한 증상이 없는 어르신이라면 지나치게 불안해하기보다 생활 습관을 차근차근 고치는 데 힘을 쏟는 편이 낫다.

습관을 바꾸기 전에 물어볼 것

금연, 절주, 식단 조절, 적정 체중 유지는 췌장뿐 아니라 몸 전체를 위한 기본 습관이다. 다만 이미 약을 먹거나 특정 질환으로 치료 중인 어르신은 식단과 운동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당뇨약을 쓰는 경우 식사량을 갑자기 줄이면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든 신호 가운데 하나라도 계속된다면 미루지 말고 주치의에게 언제부터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알리는 것이 첫걸음이다. 금연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서, 먹는 약과 술의 관계는 약사에게 물어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결과지의 혈당 수치도 함께 챙겨 진료 때 보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