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방금 하려던 일이 떠오르지 않는 순간이 늘어난다
잠깐 잊었다 곧 떠올리는 정도는 자연스러운 변화일 수 있고 영양제가 답은 아니다
생활 습관부터 챙기고 영양제는 주치의·약사와 상의해 정한다

부엌에 들어갔다가 무엇을 가지러 왔는지 몰라 한참 서 있거나, 대화 중에 하려던 말이 사라지는 경험은 나이가 들수록 잦아진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어르신 스스로 기억력이 크게 나빠진 것은 아닌지 걱정하기 쉽다. 다만 가끔 깜빡하는 것만으로 병을 의심할 일은 아니며, 불안을 키우기보다 매일 뇌를 돌보는 습관을 들이는 쪽이 더 중요하다.

기억은 하루 일과를 꾸리는 바탕

기억력은 지난 일을 떠올릴 때만 필요한 능력이 아니다. 하루 일정을 세우고, 이웃과 이야기를 주고받고, 새 물건 쓰는 법을 익히는 순간마다 기억이 함께 움직인다. 그래서 뇌 건강은 어르신이 남의 도움 없이 일상을 이어 가는 힘과 맞닿아 있다.

뇌세포 건강과 관련된 성분에 대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자주 이름이 오르는 것이 포스파티딜세린(뇌세포를 감싸는 막을 이루는 성분)이다. 나이가 들면서 이 성분이 줄어들 수 있고, 모자라면 뇌 속 정보 전달이 더뎌져 기억이 예전만 못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은행잎 추출물 역시 흔히 거론된다. 뇌로 가는 피의 흐름을 도와 뇌세포가 산소와 영양분을 잘 받게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성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일 뿐, 먹는 사람 모두에게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과는 별개다.

영양제보다 앞서는 생활 습관

뇌를 돌보는 일은 특별한 비법보다 날마다 하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먼저 머리를 쓰는 활동이 필요하다. 신문이나 책을 소리 내어 읽기, 낱말 맞히기나 스도쿠 같은 두뇌 놀이, 처음 해 보는 요리나 취미, 친구와의 수다가 모두 뇌에 자극이 될 수 있다.

음식은 어느 한 가지를 많이 먹기보다 골고루 먹는 편이 낫다. 푸른 잎채소, 제철 과일,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 견과류가 뇌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반대로 설탕이 많은 간식과 가공식품은 줄일 필요가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뇌를 위한 일이다. 하루 30분가량 가볍게 걷거나 공원에서 맨손 체조를 하면 뇌로 가는 혈액순환이 좋아져 뇌 기능을 지키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여기에 넉넉한 잠과 스트레스 관리도 함께 챙겨야 한다.

흔한 깜빡임과 살펴봐야 할 기억 저하는 다르다

하려던 일을 잠시 잊었다가 조금 뒤 다시 떠올린다면 나이에 따른 변화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앞서 말한 습관을 꾸준히 지키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반면 잊는 일이 눈에 띄게 늘었거나 약속, 돈 관리, 집안일처럼 일상에 지장이 생길 정도라면 혼자 판단하지 말고 전문가에게 확인을 받을 필요가 있다. 영양제를 먹으려는 어르신도 마찬가지다. 특히 혈액순환 개선제나 다른 약을 먹고 있다면 약물 상호작용(함께 먹은 약끼리 효과를 바꾸거나 부작용을 키우는 현상)이 생길 수 있어 더 조심해야 한다.

영양제는 주치의·약사와 먼저 상의부터

기억력 영양제를 먹기 전에는 지금 먹고 있는 약 목록을 챙겨 주치의나 약사에게 보여 주는 것이 안전하다. 그 제품이 몸에 맞는지, 어느 정도 양이 알맞은지, 먹던 약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를 물어볼 필요가 있다.

기억력 변화가 마음에 걸린다면 가까운 보건소나 치매안심센터에서 상담과 검사를 받아 볼 수 있다. 가족이 곁에서 달라진 점을 적어 두었다가 상담 때 함께 전하면 상태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