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마시는 사람의 좋은 생활 습관이 술의 효과처럼 보였을 가능성이 있다
건강을 위해 술을 시작할 이유는 없고 약을 먹는다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가족 모임이나 경로당 잔치에서 “와인 한두 잔은 혈관에 좋다”며 잔을 권하는 장면은 낯설지 않다. 조금 마시는 술은 오히려 약이 된다는 이야기는 오랫동안 어르신들 사이에서 상식처럼 통했다. 다만 최근 한 연구는 이 통념이 과거 연구 방식이 만든 착시였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소량 음주가 이롭다는 근거는 어디서 나왔나
과거에는 술을 조금 마시는 집단이 전혀 마시지 않는 집단보다 심장 질환을 덜 겪는다는 결과가 여러 차례 보고됐다. 이런 결과가 거듭되면서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이 널리 퍼졌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두 집단을 비교한 방식에 처음부터 빈틈이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 내용을 보면 술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은 대체로 소득이 높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건강검진도 빠뜨리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술을 마시지 않는 집단에는 이미 병을 얻어 술을 끊은 사람들이 함께 들어 있었다. 연구팀이 이런 차이를 고려해 다시 분석하자 소량 음주의 심장 보호 효과는 예상보다 작거나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술 마신 사람이 건강했다”와 “술이 건강하게 했다”는 다르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관찰된 사실과 그 원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활 습관이 좋은 사람이 마침 술도 조금 마셨다면, 건강한 결과는 술보다는 운동과 정기 검진, 경제적 여유에서 비롯됐을 수 있다. 또 병 때문에 술을 끊은 사람이 비음주 집단에 섞이면, 술을 안 마시는 쪽이 오히려 덜 건강해 보이는 왜곡이 생길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건강만 놓고 보면 술은 적게 마실수록 낫고, 마시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고 밝혔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암, 심장 관련 질환, 수명 단축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그렇다고 연구 한 편으로 “한 잔도 무조건 해롭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이 문제를 두고 학계의 논의는 아직 이어지는 중이다.
새로 마실 필요는 없고, 약 먹는 어르신은 더 조심해야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건강을 위해 일부러 술을 마실 까닭은 없다는 점이다. 평소 술을 입에 대지 않던 어르신이 심장에 좋다는 말만 믿고 음주를 시작할 필요는 없다. 몸을 챙기려면 고른 식사와 매일 걷기 같은 운동이 훨씬 믿을 만한 방법일 수 있다.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먹는 어르신은 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 술은 약효를 떨어뜨리거나 뜻밖의 부작용을 부를 수 있고, 혈압약이나 당뇨약처럼 날마다 먹는 약과 겹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이런 경우 술은 피하는 것이 원칙이며, 불가피한 술자리가 있다면 미리 주치의에게 물어보는 편이 안전하다.
이미 술을 즐기는 어르신이라면 단번에 끊기보다 마시는 양과 횟수를 서서히 줄이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한 번에 한 잔까지만 마시기로 정하거나, 한 주에 술 마시는 날을 하루씩 줄이는 식의 작은 변화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술은 건강 비결이 아니라 특별한 자리의 즐거움 정도로 여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게 맞는 음주 여부는 주치의에게 먼저 확인
지병과 복용 약, 체력은 사람마다 달라서 모두에게 통하는 “안전한 양”을 한마디로 정하기는 어렵다. 현재 건강 상태에서 술을 마셔도 되는지, 먹고 있는 약과 술이 충돌하지 않는지는 진료 때 주치의에게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약과 술의 관계가 궁금하면 약을 받을 때 약사에게 물을 수 있고, 음주 습관을 줄이는 데 도움이 필요하면 가까운 보건소 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 다음 진료 때는 복용 중인 약 목록을 챙겨 가서 술과 함께 먹어도 되는지부터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