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집 안에서도 어르신이 넘어지고 부딪히는 사고가 생길 수 있다
어두운 조명과 미끄러운 바닥, 무리한 냉방 절약이 위험을 키운다
조명·바닥·실내 온도를 살피고 어지럼증은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

밤이면 전기 요금 걱정에 불을 거의 켜지 않고 지내는 어르신이 많다. 절약하는 생활은 칭찬받을 만하지만, 어둠 속에서 집 안을 오가다 넘어지거나 가구와 문에 부딪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다만 “평생 산 집이라 불 없이도 다닌다”는 믿음은 나이가 들수록 들어맞지 않을 수 있다.

불 끈 주방으로 가다 문에 부딪혀

배우 전원주 씨는 평소 집 안 조명을 되도록 적게 켜고 생활하다가, 밤에 어두운 주방으로 향하던 중 문에 부딪혀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치료까지 받았다는 이야기는 아끼려는 마음과 상관없이 집 안의 어둠 자체가 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나이가 들면 시력이 약해지고 어두운 곳에서 물건을 알아보는 힘도 떨어진다. 여기에 다리 근력과 균형 감각이 함께 줄면 낮은 문턱이나 물기 있는 바닥에서도 몸이 쉽게 기울 수 있다. 넘어지면서 고관절(엉덩이 관절 부위의 뼈)이 부러지면 수술이나 오랜 입원이 필요할 수 있고, 그 뒤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남을 수 있다.

전기 절약과 안전은 다르다

전기를 아끼는 일과 몸을 지키는 일은 맞바꿀 대상이 아니다. 복도나 화장실처럼 자주 지나는 곳은 밝게 유지하는 편이 낫다. 잠결에 화장실을 가다 넘어지는 경우가 흔한 만큼, 침대 곁과 화장실 가는 길에 센서등(사람이 움직이면 저절로 켜지는 등)이나 은은한 간접 조명을 두는 방법이 있다. 작은 불빛 하나로도 발밑을 확인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여름철 냉방을 참는 습관도 같은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더위를 견디기만 하면 몸이 빨리 지치고 탈수나 열사병 같은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르신은 체온을 조절하는 힘이 약해 젊은 사람보다 더위에 취약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실내 온도를 26~28도 안팎으로 맞추고, 물이나 시원한 차를 자주 조금씩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꼼꼼히 살펴야 할 집과 사람

욕실과 주방처럼 물기가 잦은 곳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아 두는 것이 좋다. 바닥에 늘어진 전선과 작은 깔개는 발이 걸리기 쉬워 치울 필요가 있다. 높은 문턱은 없애거나, 어렵다면 밝은 색 테이프를 붙여 눈에 잘 띄게 하는 방법이 있다.

혼자 사는 어르신, 밤중에 화장실을 자주 찾는 어르신, 요즘 들어 다리에 힘이 빠졌다고 느끼는 어르신에게는 이런 점검이 특히 필요하다. 반대로 집이 이미 밝고 바닥이 잘 정리돼 있더라도, 몸 상태가 달라지면 위험은 다시 커질 수 있다. 한 번 손봤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때때로 다시 둘러봐야 하는 이유다.

어지럼증과 복용 약부터 확인

평소와 다르게 어지럽거나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 들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보다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 먹고 있는 약 가운데 졸음이나 어지럼증을 부를 수 있는 성분이 들어 있는지도 약사나 주치의에게 확인해 볼 수 있다.

가족이라면 어르신 집의 조명, 바닥, 문턱, 냉방 상태를 함께 둘러보고 센서등이나 미끄럼 방지 매트처럼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부터 손보는 것이 좋다. 집 안 안전 점검 방법이나 낙상 예방 운동이 궁금하면 가까운 보건소나 주치의에게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