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텁지근한 밤에는 몸속 열이 잘 빠지지 않아 잠들기 어려울 수 있다
방 온도보다 몸이 열을 내보내는 길, 특히 발이 함께 작용한다
발 내놓기와 미리 마시는 물부터 해 보고 지병이 있으면 주치의와 상의

선풍기를 켜 두고 누워도 새벽까지 이리저리 몸을 돌리는 어르신이 많다. 왜 방이 그리 덥지 않은데도 잠이 오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다만 에어컨이나 선풍기로 방만 식히면 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몸 안의 열이 바깥으로 얼마나 수월하게 빠져나가는지도 잠드는 데 함께 영향을 줄 수 있다.

몸속 온도가 내려가야 잠이 온다

잠이 들 무렵 사람의 심부 체온(몸 안쪽 깊은 곳의 온도)은 1~2도 정도 떨어진다. 몸이 스스로 열을 식히는 이 과정이 곧 잘 시간이 됐다는 신호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밤에도 바깥 공기가 뜨거운 열대야에는 몸이 열을 내보내기 힘들어지고, 그만큼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곳이 발이다. 발은 몸의 열을 밖으로 흘려보내는 통로, 말하자면 창문과 비슷한 구실을 한다. 발이 적당히 시원해지면 몸 전체의 열이 빠져나가기 쉬워지고, 몸은 이를 잠잘 준비가 됐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발은 이불 밖으로, 수건은 “시원한 정도”로

가장 쉬운 방법은 누울 때 발만 이불 밖으로 조금 내놓는 것이다. 따로 준비할 물건이 없고, 발에 닿는 바람이 열을 실어 내보내면서 몸이 식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목 뒤와 이마 역시 체온 조절에 관여하는 부위로 꼽힌다. 얼음을 직접 대는 것보다 찬물에 적셔 꼭 짠 수건을 잠시 얹어 두는 편이 몸에 부담이 덜하다. 지나치게 차가운 자극은 도리어 몸을 움츠러들게 할 수 있어, 차갑기보다 “시원한 정도”를 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을 언제 마시는지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여름철에는 땀으로 수분이 쉽게 빠지고, 몸에 물이 넉넉해야 열을 식히는 일도 수월하다. 다만 잠들기 바로 전에 물을 많이 마시면 밤중에 화장실을 오가느라 잠이 깰 수 있어, 눕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을 한두 잔 마셔 두는 방법이 흔히 권해진다.

더위 탓 뒤척임과 불면증은 다르다

이런 요령은 더위 때문에 잠들기 힘든 밤을 조금 덜 괴롭게 보내도록 돕는 생활 습관일 뿐이다. 오래 이어지는 불면, 자는 동안의 호흡 문제, 잦은 밤 소변처럼 다른 원인에서 비롯된 수면 장애를 고쳐 주는 치료와는 별개다. 더위가 한풀 꺾인 뒤에도 잠을 계속 설친다면 원인을 따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발이 금세 차가워지는 어르신, 당뇨로 발 감각이 무뎌진 어르신, 심장이나 콩팥 질환 때문에 마시는 물의 양을 조절해야 하는 어르신은 위 방법을 그대로 따라 하기 전에 조심할 필요가 있다. 반면 별다른 지병 없이 무더위 때문에 뒤척이는 경우라면 큰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다.

지병이나 먹는 약이 있다면 먼저 물어봐야

앓고 있는 질환이 있거나 매일 먹는 약이 있다면, 하루에 마실 물의 양과 찬 수건 사용법을 주치의와 미리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뇨제(소변을 늘리는 약)처럼 소변량에 영향을 주는 약을 복용 중이라면 물 마시는 시간대를 약사에게 함께 물어볼 수 있다. 잠 문제가 몇 주 넘게 이어진다면 가까운 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상담을 받아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