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온도보다 하루 내내 나눠 마시는 양이 소화에는 더 큰 몫을 한다
혈압약이나 이뇨제를 먹는다면 알맞은 물의 양부터 주치의와 정할 필요가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주전자부터 올리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따뜻한 물 한 잔이 속을 데워 소화를 돕는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집집마다 전해 왔다. 다만 물이 따뜻하다는 사실만으로 특별한 효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며, 소화에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하루 동안 꾸준히 마시는 물의 양이라는 점은 쉽게 놓친다.
전통 의학과 현대 의학이 보는 아침 물
잠에서 깨자마자 따뜻한 물을 마시는 습관은 우리 한의학은 물론 인도 등 여러 나라의 전통 의학에서도 권해 온 방법이다. 이들 전통은 따뜻한 물이 몸의 찬 기운을 누그러뜨리고 기운의 흐름을 도와 소화 기관이 부드럽게 움직이도록 한다고 설명해 왔다.
현대 의학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밤새 쉬고 있던 장(腸,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창자)이 다시 움직이도록 깨우고, 잠자는 동안 호흡과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채워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배에 가스가 차거나 더부룩한 느낌이 덜해지고, 위장 운동이 살아나 아침 배변이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는 설명도 뒤따른다.
물의 온도와 하루 섭취량은 다르다
전문가들이 무게를 두는 쪽은 온도가 아니라 꾸준함이다. 아침의 따뜻한 물 한 잔이 속을 편하게 해 줄 수는 있지만, 소화 건강을 좌우하는 것은 하루 전체에 걸쳐 물을 충분히 마시는 습관이라는 설명이다. 아침에 한 잔을 챙긴 뒤 낮 동안 거의 마시지 않는다면 기대한 효과를 얻기는 어렵다.
물은 음식이 지나가는 소화관을 매끄럽게 하고, 영양소가 몸에 흡수되는 과정을 돕는다. 변을 무르게 해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데도 꼭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목마름을 덜 느끼는 경우가 많아, 일부러 챙기지 않으면 모르는 사이 몸에 수분이 모자랄 수 있다.
미지근하게, 천천히, 조금씩 자주
아침 물은 입에 대었을 때 미지근하거나 따뜻하다고 느낄 정도면 충분하고, 지나치게 뜨거운 물은 피하는 편이 낫다. 한 번에 들이켜기보다 목을 축이듯 천천히 넘기면 빈속에 주는 부담도 줄어든다.
낮에는 목이 마르지 않아도 30분에서 1시간 간격으로 조금씩 마시는 방법이 권장된다. 자주 쓰는 컵 하나를 정해 두고 비울 때마다 다시 채우면 하루에 몇 잔을 마셨는지 헤아리기 쉽다. 잠들기 전 늦은 시간에 물을 많이 마시면 밤중에 화장실을 여러 번 오가며 잠을 설칠 수 있어, 대부분은 활동하는 낮 시간에 나눠 마시는 것이 좋다.
약을 먹는 어르신은 먼저 물어봐야
모든 사람에게 같은 양이 맞는 것은 아니다. 혈압약이나 이뇨제(소변 양을 늘려 몸속 수분을 내보내는 약)처럼 특정한 약을 먹는 어르신은 마시는 양과 방법에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 심장이나 콩팥 질환 때문에 물 섭취를 조절하라는 안내를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어르신은 습관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에게 하루에 마셔도 되는 물의 양, 따뜻한 물을 마시는 습관이 복용 중인 약과 관계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약에 관한 궁금증은 처방약을 받는 약국의 약사에게, 생활 습관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 물어볼 수 있다. 무리해서 많이 마시기보다 몸 상태에 맞는 양과 온도를 정해 매일 이어 가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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