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맥주 한 캔 정도의 반주도 오래 이어지면 췌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연구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과 반드시 병이 생긴다는 것은 다르다
마시는 양부터 적어 보고 약을 먹는다면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

퇴근길 대신 이제는 저녁 밥상에서 맥주 한 캔이나 소주 몇 잔을 곁들이는 것이 하루의 작은 낙이라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이 정도 양은 몸에 별 탈이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다만 최근 한 연구는 적은 양이라도 날마다 마시는 습관이 췌장 건강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매일 500ml 안팎, 췌장암 위험 최대 30% 높아질 수 있어

췌장은 위 뒤쪽에 자리 잡고 음식물 소화를 돕는 효소를 내보내는 기관이다. 동시에 인슐린(혈당을 낮추는 호르몬) 같은 물질을 만들어 혈당을 조절하는 일도 맡는다. 이 기관에 생기는 췌장암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드물어 일찍 찾아내기 어렵고 치료도 까다로운 암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연구에서는 맥주 한 캔, 약 500ml 안팎을 날마다 꾸준히 마시는 사람의 췌장암 위험이 최대 30%까지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그동안 여러 암을 술과 관련이 깊은 암으로 분류해 왔고, 췌장암 역시 이 범주에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흐름이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와 “반드시 생긴다”는 다르다

이번 결과는 음주 습관과 췌장암 발생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다. 맥주 한 캔을 마셨다고 곧바로 암이 생긴다는 의미와는 별개다. “최대 30%”라는 수치도 누구에게나 같은 크기로 적용되는 값이 아니라, 사람마다 처한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범위로 읽을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도 아니다. 하루 한 잔의 영향은 작게 보여도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쌓이면 무게가 달라질 수 있다. 명절이나 모임에서 가끔 드는 술잔과 습관처럼 날마다 기울이는 술잔은 몸이 감당하는 부담이 같지 않다.

더 살펴야 할 사람과 지나친 걱정이 필요 없는 사람

고혈압, 당뇨 같은 만성 질환을 앓거나 약을 꾸준히 먹는 어르신은 한층 주의할 필요가 있다. 술은 약의 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지병을 나쁘게 만들 수 있다. 특히 혈당 조절에 췌장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당뇨가 있다면 평소 음주 습관을 다시 돌아볼 만하다.

반대로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거나 특별한 날에만 조금 마시는 사람은 크게 불안해할 이유가 없다. 매일 마셔 온 사람도 한 번에 끊기 어렵다면 양을 조금씩 줄여 나가는 편이 현실적이다. 몸에 밴 습관은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변화를 꾸준히 이어 갈 때 바뀌는 경우가 많다.

마시는 양 기록부터, 약 먹는다면 주치의와 상의

출발점은 자신이 얼마나 자주, 얼마만큼 마시는지 정확히 아는 것이다. 술을 마실 때마다 수첩이나 휴대전화 메모에 종류와 양을 적어 두면 습관을 있는 그대로 돌아볼 수 있다.

줄이는 방법도 다양하다. 일주일 가운데 술 없는 날을 하루나 이틀 정해 두기, 술 한 잔마다 물 한 잔 곁들이기, 독한 술 대신 도수가 낮은 술 고르기, 한 번에 마시는 양을 절반으로 덜기 같은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술자리 대신 공원 산책, 배우고 싶던 취미, 친구와의 차 한 잔, 음악과 영화 감상처럼 술 없이 즐길 거리를 마련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먹는 약이 있거나 만성 질환이 있다면 지금의 음주량을 주치의에게 그대로 알리고 자신에게 맞는 기준을 함께 정할 필요가 있다. 약과 술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 궁금할 때는 다니는 약국의 약사에게 묻거나, 가까운 보건소의 절주 상담을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