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은 졸음을 가릴 뿐 뇌 속 노폐물 정리는 깊은 잠의 몫
잠 습관을 바꾸기 전 복용 약은 주치의·약사와 먼저 확인
안경을 어디 뒀는지 자꾸 잊고, 푹 잔 것 같은데도 아침이면 몸이 무겁다고 호소하는 어르신이 많다. 이럴 때 영양제나 보약을 먼저 찾는 경우가 흔하지만, 먼저 밤사이 잠이 얼마나 깊었는지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만 커피 한 잔으로 졸음이 가셨다고 해서 뇌가 제대로 쉰 것은 아니라는 점은 따로 짚어 둘 필요가 있다.
밤사이 뇌가 하는 청소
하루를 보내는 동안 뇌에는 피로감을 만드는 물질과 각종 찌꺼기가 서서히 쌓인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는 깊은 잠에 들었을 때 뇌가 아데노신(피로를 느끼게 하는 물질)을 씻어내고, 아밀로이드(뇌에 쌓이는 단백질 찌꺼기로 치매와 관련 있다고 알려진 물질) 같은 노폐물도 함께 정리한다고 설명한다.
이 정리 과정이 밤새 충분히 이뤄지면 이튿날 피로가 덜하고 머리가 맑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밤새 집 안을 말끔히 치워 두면 아침에 움직이기 한결 수월한 것과 닮은 이치다.
졸음을 가리는 것과 피로를 치우는 것은 다르다
커피나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 한동안 졸음이 물러난다. 그러나 이는 피로를 덜 느끼게 만드는 효과일 뿐, 이미 쌓인 피로 물질이나 노폐물을 없애 주지는 못한다. 겉으로는 기운이 난 듯해도 뇌 속 정리는 그대로 미뤄져 있는 셈이다.
한계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깊은 잠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설명이 곧 “잘 자기만 하면 치매를 막는다”는 뜻은 아니다. 숙면은 운동, 식사, 사회 활동 같은 여러 생활 습관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며, 기억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면 수면 습관과는 별개로 진료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생활 속에서 바꿔 볼 수 있는 것
가장 기본은 잠자리에 드는 시각과 일어나는 시각을 날마다 비슷하게 지키는 일이다. 주말에 몰아서 늦잠을 자기보다 평소 리듬을 유지하면 생체 시계(몸이 하루 주기를 맞추는 체계)가 흔들리지 않아 밤에 깊은 잠에 들기 쉬워질 수 있다.
잠들기 한두 시간 전에는 집 안 조명을 낮추고 텔레비전과 스마트폰을 멀리 두는 편이 낫다. 조용하고 조금 서늘한 방,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로 하는 샤워, 가벼운 스트레칭도 잠을 청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낮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도 밤잠과 이어진다. 낮잠을 오래 자거나 늦은 오후에 자면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을 수 있어, 필요하다면 오후 3시 전에 30분 안쪽으로 짧게 자는 것이 권장된다. 낮에는 산책이나 취미 활동으로 몸을 적당히 움직이되, 자기 직전의 격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약을 먹는 어르신이 먼저 확인할 것
어떤 어르신은 복용 중인 약 때문에 잠들기 어려울 수 있고, 잠자리에 들기 전 마시는 차나 음료가 약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같은 습관이라도 지병과 복용 약에 따라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이 갈릴 수 있다.
그래서 잠 습관을 바꾸거나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기 전에는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먹고 있는 약 이름을 적어 약국에 가져가 잠에 영향을 주는 성분이 있는지 약사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잠들지 못하는 날이 몇 주 넘게 이어진다면 가까운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상담을 받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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