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은 메뉴 하나보다 먹는 시간, 순서, 양, 먹은 뒤 습관이 함께 좌우한다
만성 질환이나 매일 먹는 약이 있으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밤늦게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다 보면 치킨이나 피자 배달을 시키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많은 어르신이 이 순간 “지금 먹어도 탈이 없을까” 하는 물음을 품는다. 다만 밤참 한 번이 곧 건강을 망친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언제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에 따라 몸의 부담이 달라질 수 있다.
밤에는 몸이 쓰는 에너지가 줄어든다
해가 진 뒤에는 낮보다 활동량이 적어 몸이 소모하는 에너지도 함께 줄어든다. 이 상태에서 배를 채우고 바로 잠자리에 들면 쓰이지 못한 에너지가 지방 형태로 쌓이기 쉽다. 밤참을 먹은 다음 날 아침 몸무게가 늘어난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소화 부담도 따로 짚어 볼 대목이다. 잠들기 직전에 음식을 먹으면 위가 쉬어야 할 시간에 일을 계속하게 되고, 속이 더부룩하거나 먹은 것이 목 쪽으로 거슬러 올라오는 역류 증상(위 내용물이 식도로 되올라오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소화가 덜 끝난 채로 누우면 잠의 깊이까지 얕아질 수 있다.
무엇을 먹느냐와 어떻게 먹느냐는 다르다
밤참 문제는 메뉴만 바꾸면 해결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식사를 마치는 시각, 먹는 순서, 양, 먹고 난 뒤의 행동이 함께 맞아야 부담을 덜 수 있다. 첫째로 꼽히는 원칙은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에 먹기를 끝내 위가 음식을 어느 정도 내려보낼 여유를 주는 것이다.
배달 음식은 대개 짜고 열량이 높은 편이다. 본 음식에 손대기 전에 오이, 방울토마토, 샐러드 같은 채소를 먼저 먹으면 식이섬유(몸에서 소화되지 않고 장을 지나가는 채소 성분)가 배를 어느 정도 채워 과식을 줄이고, 식후 혈당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을 완만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메뉴를 고를 여지가 있다면 튀긴 치킨보다는 구운 치킨, 두꺼운 튀김옷보다는 살코기 위주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양이 넉넉하면 먹을 만큼만 접시에 덜어 두고 남은 것은 냉장고에 넣어 다음 끼니로 미루는 방법도 있다. 다 먹은 뒤 곧장 눕지 말고 설거지나 집 안 정리, 가벼운 산책으로 10~20분쯤 움직이면 소화와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성 질환이 있는 어르신은 따로 따져야 한다
앞의 방법은 비교적 건강한 어르신을 기준으로 한 일반적인 권고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이 있거나 날마다 챙겨 먹는 약이 있다면 밤참의 종류와 시각이 혈당, 혈압, 약의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개인 사정에 맞춰 판단할 필요가 있다. 특히 혈당을 낮추는 약을 쓰는 사람에게는 밤에 아예 굶는 것과 마음껏 먹는 것 모두 조심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평소 식사량이 적어 몸무게가 계속 빠지는 어르신에게는 가벼운 밤참이 부족한 영양을 채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같은 밤참이라도 누구에게는 부담이고 누구에게는 보충이라는 점에서, 일률적인 금지와 개인별 조절은 별개의 문제다.
참기보다 조절부터, 이상하면 상담을
좋아하는 음식을 아예 끊는 것보다 시간, 순서, 양을 손보는 편이 오래 이어 가기 쉽다. 잠자리에 드는 시각에서 거꾸로 계산해 식사를 끝낼 시각을 정해 두고, 채소를 곁들이며, 먹은 뒤 잠깐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데서 시작해 볼 수 있다.
밤참을 먹은 뒤 속쓰림이나 역류 증상이 되풀이되거나 아침 혈당이 눈에 띄게 높아진다면 다니는 병원의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먹고 있는 약과 음식의 궁합은 약국의 약사에게, 식습관 전반에 대한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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