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 먹고 국에 밥을 말아 먹는 식사는 췌장에 일을 몰아줄 수 있다
빨리 먹기와 짠 국물, 술과 기름진 음식은 저마다 다른 부담을 준다
천천히 씹고 국물을 남기는 습관부터 들이고 지병이 있으면 주치의와 상의한다

바쁜 날 점심을 국밥 한 그릇으로 빠르게 마치는 어르신이 많다. 뜨거운 국물에 밥을 말아 몇 분 만에 비운 식사가 몸 안에서 어떤 장기를 힘들게 하는지 따져 보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소화는 위와 장만의 몫으로 여기기 쉽지만, 끼니마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장기가 따로 있는데 바로 췌장이다.

소화와 혈당을 함께 챙기는 장기

췌장은 위의 뒤편에 놓인 장기로 크게 두 가지 역할을 맡는다. 먹은 음식을 잘게 나누는 소화 효소를 만들어 내보내고, 혈당(핏속 포도당 농도)이 너무 높거나 낮아지지 않도록 인슐린(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을 분비한다.

평소에는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아 존재를 느끼기 어렵지만, 한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쉽지 않은 장기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병이 생긴 뒤 대처하기보다 매일의 식사 습관으로 부담을 덜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빨리 먹는 습관과 국물 위주 식사는 다르다

급하게 먹으면 씹는 시간이 줄어든다. 음식은 입안에서 침과 섞여 잘게 부서질 때 소화가 순조롭게 시작되는데, 이 과정이 짧아지면 췌장이 한꺼번에 많은 효소와 인슐린을 내보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한 입에 20번 이상 씹고 식사 중간에 수저를 잠시 내려놓는 방법이 권장되며, 천천히 먹으면 포만감이 일찍 찾아와 과식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국에 밥을 말아 먹는 식사는 속도 문제에 소금 문제가 더해진다. 국물에 젖은 밥알은 제대로 씹지 않고 삼키기 쉽고, 국물 속 나트륨(소금 성분)은 입맛을 돋워 먹는 속도와 전체 양을 함께 늘릴 수 있다. 밥과 국을 따로 먹고 국물은 절반 넘게 남기는 습관은 췌장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혈압 관리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술과 기름진 음식은 줄이고 채소는 늘리고

술은 췌장 염증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갑자기 심한 복통이 생기는 급성 췌장염(췌장에 갑작스럽게 생기는 염증)의 위험을 높일 수 있어 술자리를 줄일 필요가 있다. 곱창, 대창, 돼지갈비처럼 동물성 지방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으면 췌장이 지방을 분해할 효소를 계속 만들어야 해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면 녹황색 채소와 통곡물처럼 식이섬유가 많은 식품은 혈당이 급하게 오르는 것을 늦춰 췌장의 혈당 조절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기름진 메뉴 대신 채소와 살코기 위주로 상을 차리고, 여러 색깔의 채소를 매일 곁들이는 습관은 장 건강에도 이로울 수 있다.

다만 이런 식사법은 췌장의 부담을 덜기 위한 생활 관리일 뿐, 이미 생긴 췌장 질환의 치료와는 별개다. 식습관을 바꿨다고 검사나 치료를 미뤄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식단을 바꾸기 전에 확인할 것

천천히 씹기, 국물 남기기, 채소 늘리기는 대부분의 어르신이 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습관이다. 하지만 당뇨병으로 혈당약이나 인슐린을 쓰는 어르신, 신장 질환이나 소화기 질환을 앓는 어르신은 식사량이나 식단을 바꾸면 혈당과 영양 상태가 달라질 수 있어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사 뒤 윗배나 등 쪽 통증이 되풀이되거나 기름진 음식을 먹은 다음 소화가 유독 힘들다면 주치의에게 증상을 알리고 검사가 필요한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복용 중인 약과 식단이 서로 영향을 주는지는 약사에게, 식생활 관리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