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동맥이 좁아지는 말초동맥질환도 비슷한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발과 다리를 날마다 살피고 이상하면 주치의에게 혈액순환 검사를 요청할 일이다
외신을 통해 알려진 80세 어르신의 사례가 있다. 이 어르신은 오랜 기간 발과 다리가 아팠지만 허리가 원인이라고 생각했고, 나중에서야 다리로 피를 보내는 혈관이 좁아진 것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만 이런 일이 드문 것은 아니다. 걸을 때 생기는 다리 통증을 대부분 척추나 관절 문제로 여기다 보니 혈관 쪽 원인은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다리 동맥이 좁아질 때 몸에서 벌어지는 일
이 어르신이 받은 진단은 말초동맥질환(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팔과 다리의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병)이다. 낡은 배관 안쪽에 이물질이 끼어 물길이 좁아지는 것처럼, 혈관 내부가 좁아지면 다리 근육에 도달하는 혈액의 양이 줄어든다. 근육이 필요한 산소와 영양을 제때 받지 못하면서 여러 이상 신호가 나타날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신호는 간헐적 파행(걷는 도중 다리가 아파 멈추게 되고, 쉬면 통증이 풀리는 증상)이다. 통증은 주로 종아리나 허벅지에서 시작되며, 잠시 서거나 앉아서 쉬면 누그러진다. 그런데 다시 걷기 시작하면 같은 통증이 되풀이되는 양상을 보인다.
통증 외에도 살펴볼 변화가 있다. 다리가 유난히 차갑거나 저린 느낌, 발 피부색이 달라지는 현상, 발톱이 두꺼워지는 변화가 그렇다. 병이 진행되면 발에 생긴 작은 상처가 좀처럼 낫지 않거나 궤양(피부가 헐어 깊게 패인 상처)으로 커질 수도 있다.
허리디스크 통증과 혈관 통증은 다르다
허리디스크와 말초동맥질환은 둘 다 다리 통증으로 나타나 헷갈리기 쉽다. 허리디스크는 허리 통증이 함께 오거나 다리가 찌릿하고 저린 경우가 많고, 몸의 자세에 따라 아픈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이에 비해 말초동맥질환은 “걸을 때 아프고, 멈춰 쉬면 나아진다”는 흐름이 뚜렷한 편이다.
그러나 이 차이만으로 원인을 스스로 가려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척추 문제와 혈관 문제가 한 사람에게 함께 있을 수 있고, 교과서적인 증상과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정확한 원인은 의료진의 진찰과 검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눈여겨볼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현재 담배를 피우거나 과거 오랫동안 피운 사람,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을 앓는 사람은 혈관이 상하기 쉬운 조건에 놓여 있다. 이런 어르신이 짧은 거리만 걸어도 다리가 아프거나 발이 눈에 띄게 차갑다면, 나이 탓으로만 돌리지 않을 필요가 있다.
반대로 이런 위험 요인이 없고 통증이 특정 자세나 동작과 분명히 맞물린다면 관절이나 척추 쪽이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상처가 오래 아물지 않거나 발의 피부색이 변하는 증상은 위험 요인이 있느냐와는 별개다. 이런 변화가 보이면 진료를 받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날마다 살필 것, 주치의에게 물을 것
일상에서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잠자리에 들기 전 발과 다리를 점검하는 습관이다. 거울을 쓰거나 가족에게 부탁해 발가락 사이와 발바닥, 뒤꿈치, 종아리를 차례로 보면서 푸르거나 검붉게 변한 부위, 낫지 않는 상처, 붓기나 냉기, 발톱 색과 모양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걷기는 혈액순환에 이롭지만 통증을 참아 가며 계속할 필요는 없다. 아프면 통증이 풀릴 때까지 쉬었다가 다시 걷기를 반복하고, 한꺼번에 오래 걷기보다는 매일 조금씩 꾸준히 움직이는 편이 낫다. 운동하다가 이전에 없던 통증이 생기면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담배를 끊고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을 관리하는 일은 혈관 건강의 기본이다. 먹고 있는 약이 있다면 새 운동이나 식단을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나 약사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 진료실에서는 “다리 혈액순환에 문제가 있는지 검사받고 싶다”고 분명하게 말하면 필요한 검사로 이어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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