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을 보여 준 단계일 뿐 기름진 음식을 마음껏 먹으라는 뜻과는 다르다
복용 약이나 지병이 있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 주치의와 먼저 상의
날마다 차리는 밥상이 뇌 건강과 맞닿아 있다는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탄수화물을 조금 덜고 몸에 이로운 지방을 넉넉히 먹는 식단이 기억력을 지키고 그 저하를 늦추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 소개됐다. 다만 이 결과를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도 괜찮다”는 말로 받아들이면 곤란하고, 아직 연구가 이어지는 단계라는 점도 함께 살펴야 한다.
연구에서 말하는 “좋은 지방”과 줄일 음식
연구가 가리키는 좋은 지방은 몸에 반드시 필요하면서 뇌에도 이로운 지방이다. 달걀, 아보카도, 견과류, 고등어와 연어 같은 등 푸른 생선이 대표적인 식품으로 꼽힌다. 등 푸른 생선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혈관과 뇌 세포막을 이루는 데 쓰이는 불포화 지방)은 뇌가 에너지를 내고 기억을 붙잡아 두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 따른다.
줄여 볼 음식으로는 흰쌀밥과 흰 빵 같은 정제 탄수화물(도정이나 가공 과정에서 섬유질이 빠진 곡류), 단 음료, 설탕이 많이 든 간식이 거론된다. 흰밥을 잡곡밥으로, 흰 빵을 통밀 빵으로 조금씩 바꾸고 간식은 방울토마토, 오이, 견과류 한 줌 정도로 대신하는 방식이 제시된다. 음식을 조리할 때 올리브유처럼 질 좋은 기름을 고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도움이 될 수 있다”와 “효과가 입증됐다”는 다르다
이번 내용은 가능성을 보여 준 연구 결과로, 이 식단이 기억력 저하를 막아 준다고 단정할 근거와는 거리가 있다. 한 가지 식단이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들어맞기도 어렵다. 특정 영양소만 앞세우기보다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는 큰 틀 안에서 조금씩 조정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좋은 지방이라 해도 지방인 만큼 양이 지나치면 열량이 불어난다. 견과류는 하루 한 줌 정도가 알맞다는 권고가 흔히 함께 나온다. 식단을 바꾸는 동안 몸속 수분과 전해질(나트륨, 칼륨처럼 몸의 균형을 맞추는 무기질) 균형이 흔들릴 수 있어, 물을 꾸준히 마시고 음식은 싱겁게 조리하며 맵고 짠 음식을 피하는 습관도 같이 권해진다.
약을 먹거나 지병이 있는 어르신은 더 조심해야
식단을 한꺼번에 크게 바꾸는 일은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매일 먹는 어르신, 오래 앓아 온 지병이 있는 어르신은 탄수화물 양이 달라질 때 혈당이나 몸 상태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이런 경우 새 식단을 시작하기 전에 건강 상태와 복용 약을 잘 아는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뚜렷한 지병이 없는 어르신이라도 단 간식 하나를 견과류로 바꾸는 정도의 작은 변화부터 시작하는 편이 몸에 부담이 적다. 처음 2~4주가량 짧게 시도하면서 몸의 반응을 지켜보는 방법도 제시된다. 그 사이 불편하거나 낯선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멈추고 주치의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식단 바꾸기 전 확인하고 물어볼 것
진료를 받을 때는 지금 먹는 약과 식단 변화가 서로 영향을 주는지, 탄수화물을 어느 선까지 줄여도 되는지, 혈당과 혈압을 얼마나 자주 재야 하는지 물어 두는 것이 좋다. 먹는 약이 여러 가지라면 약국에서 약사에게 함께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식단 상담이 더 필요하면 가까운 보건소의 영양 상담이나 만성질환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식단만 손볼 것이 아니라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인지 선별검사(기억력과 판단력 등을 간단히 살피는 검사)를 받아 보는 것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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