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가 끝나도 심장 위험까지 함께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항암제와 방사선은 심장에 부담을 남길 수 있다
새로 생긴 숨참과 두근거림은 주치의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

오랜 항암 치료를 끝낸 어르신이 계단을 오르다 숨이 차면 대개 “기력이 아직 덜 돌아와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치료 내내 암에만 신경을 쏟았으니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마음도 당연하다. 다만 암을 이겨낸 것과 몸 전체의 위험이 사라진 것은 같은 말이 아니며, 심장은 치료 뒤에도 따로 살필 필요가 있다.

암과 심장병, 위험 요인이 겹치고 치료가 짐을 더한다

겉으로는 전혀 다른 병 같아도 암과 심장병은 뿌리가 겹치는 부분이 있다. 나이가 들수록 두 병의 위험이 함께 커지고, 담배, 지나친 음주, 비만, 움직임이 적은 생활도 양쪽에 모두 나쁘게 작용할 수 있다.

치료 과정이 심장에 부담을 얹기도 한다. 항암제 가운데 일부는 심장 근육이 수축하는 힘을 약하게 하거나 혈압을 높일 수 있고, 부정맥(심장이 고르지 않게 뛰는 상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방사선 치료도 어느 부위에 받았는지에 따라 심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치료받았다고 모두 같은 위험은 아니다

암 치료를 받았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심장 문제가 생긴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약을 어느 정도 썼는지, 방사선을 받은 부위가 어디인지, 치료 전 심장 상태가 어떠했는지에 따라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막연히 걱정하기보다 자신이 받은 치료 내용을 먼저 파악해 두는 것이 출발점이 된다. 치료 기록을 알고 있으면 진료실에서 심장 검사가 필요한지 묻기도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후유증처럼 보여도 심장 신호일 수 있다

심장 이상을 알아채기 어려운 까닭은 증상이 치료 후유증이나 노화와 닮았기 때문이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계단이 유난히 힘들어지는 경우, 다리가 붓는 경우, 밤에 누웠을 때 숨쉬기가 불편한 경우는 심장 기능 저하를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쿵 하고 내려앉는 느낌, 갑자기 어지러운 증상도 함께 살펴볼 대상이다. 항암 치료 뒤에 피로가 남는 일은 흔하지만, 이런 증상이 새로 나타나거나 갈수록 심해진다면 단순한 피로와는 별개로 볼 필요가 있다. 원인을 혼자 가늠하기는 어려우므로 “나이 탓”으로 넘기기보다 주치의에게 알려 검사 여부를 묻는 편이 안전하다.

걷기와 싱거운 밥상부터 무리 없이

심장 관리는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격한 운동을 갑자기 시작하기보다 동네 산책이나 공원 걷기처럼 몸에 부담이 적은 활동이 권장된다.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만한 속도로 하루 30분 안팎을 걷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으며, 무릎이 아프거나 어떤 운동이 맞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어르신은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밥상에서는 짠 음식과 기름진 음식, 튀김을 줄이는 대신 신선한 채소와 과일, 현미와 잡곡, 콩류, 견과류를 고루 올리면 심장 부담을 덜 수 있다. 소금을 덜 넣고 나물이나 찜처럼 담백하게 조리하는 방식은 혈당과 콜레스테롤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흡연은 심장과 혈관에 특히 해로운 습관으로 꼽힌다. 혼자 끊기 어렵다면 가족의 도움을 받거나 병원과 보건소의 금연 상담을 이용하는 길이 있다. 많은 양의 술 역시 심장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마시는 양을 줄일 필요가 있다.

혈압·혈당 수치 확인하고 치료 이력을 물어야

내 몸의 수치를 아는 일은 관리의 기본이다. 집에 혈압계를 마련해 날마다 같은 시간에 재는 습관을 들이고, 진료 때 혈당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꾸준히 확인하는 것이 좋다. 암 치료를 받은 뒤라면 이 수치들이 갖는 의미가 더 커질 수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약을 복용 중인 어르신은 처방대로 거르지 않고 먹어야 하며, 스스로 끊거나 용량을 바꾸는 일은 피해야 한다. 진료 때는 그동안 받은 항암 치료가 심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심장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지를 주치의에게 물어볼 수 있다. 약에 관한 궁금한 점은 약사에게, 금연과 생활 습관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