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해 보이는 과일 주스도 통과일과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음료의 당류 함량부터 살피고 약 복용 중이면 주치의와 상의한다
더운 날 탄산음료 한 캔, 입맛 없는 아침에 과일 주스 한 잔은 많은 어르신에게 익숙한 장면이다. 피로가 풀리는 듯한 이 단맛이 혈압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다만 과일로 만들었으니 주스는 괜찮다는 생각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어릴 때 마신 단 음료, 어른이 된 뒤 혈압과 관련 있었다
미국의 한 연구는 어린 시절부터 설탕이 많이 든 음료나 과일 주스를 자주 마신 사람들이 어른이 된 뒤 혈압이 높아질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음료 가운데서는 탄산음료와 스포츠음료처럼 설탕이 많이 든 제품이 특히 지목됐고, 과일 주스도 많이 마시면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함께 나왔다.
혈압이 중요한 까닭은 높은 상태가 이어지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이런 부담은 심근경색(심장 혈관이 막혀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병)이나 뇌졸중(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병) 같은 큰 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 방향의 결과도 있었다. 단 음료나 과일 주스 대신 통과일을 먹은 사람들은 혈압 위험이 오히려 낮게 나타났고, 물이나 우유로 바꿔 마시는 것도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주스와 통과일은 다르다, 연구 결과의 한계도 있다
같은 과일이라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몸에 들어오는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 즙을 낸 주스는 당분이 농축될 수 있는 반면, 사과, 귤, 배를 통째로 먹으면 섬유질(소화되지 않고 장을 지나는 식물 성분)까지 함께 섭취하게 되고 혈당 관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면 깨끗이 씻어 먹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연구 결과를 읽을 때는 선을 그을 부분이 있다. 이 연구가 보여 주는 것은 음료 습관과 혈압 위험 사이의 관련성이며, 단 음료 한 잔이 곧바로 고혈압을 일으킨다는 뜻과는 별개다. 통과일을 먹는다고 혈압약을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어린 시절의 식습관을 다룬 연구라는 점도 짚어 둘 만하다. 노년기에 음료를 바꾸면 혈압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이 결과만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설탕 섭취를 줄이는 일은 나이와 상관없이 시작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므로, 늦었다고 미룰 이유는 크지 않다.
누가 특히 살피고, 누가 먼저 물어봐야 하나
단 음료를 하루에도 몇 번씩 찾거나, 물 대신 주스를 마시는 습관이 있는 어르신이라면 음료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반대로 단 음료를 거의 마시지 않는 어르신은 음료보다 다른 식습관이나 활동량을 살피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모두에게 같은 방법이 맞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이 있으면 통과일도 먹는 양을 조절해야 할 수 있고, 콩팥 질환이 있으면 칼륨이 많은 과일이나 수분 섭취량을 따로 안내받는 경우가 있다. 약을 복용 중이거나 만성 질환이 있는 어르신은 식습관을 크게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장 볼 때 당류부터 확인하고, 목마를 땐 물부터
실천은 음료를 고르는 순간부터 시작할 수 있다. 탄산음료, 단 스포츠음료, 설탕이 많은 주스는 되도록 피하고, 꼭 마시고 싶을 때는 아주 적은 양만 마시거나 무설탕 또는 저당 제품을 고르는 방법이 있다. 포장에 적힌 설탕 함량을 확인하는 습관도 도움이 된다.
목이 마를 때는 깨끗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기본이다. 물은 수분을 공급하고 혈액 순환에도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맹물이 심심하면 레몬이나 오이 한 조각을 넣어 향을 더할 수 있다. 다른 마실 것을 찾는다면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우유나 플레인 요거트(아무것도 첨가되지 않은 요거트)도 선택지가 되고, 우유는 칼슘이 풍부해 뼈 건강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집에서 잰 혈압 수치와 평소 즐겨 마시는 음료를 적어 진료 때 가져가면 상담이 한결 구체적이 될 수 있다. 내 약과 지병에 맞는 과일 양과 음료 선택은 주치의나 약사에게 묻고, 생활 습관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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