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습관 관리는 예방을 돕는 일로, 질환 치료와는 별개다
약을 먹거나 치료 중인 어르신은 식단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바쁜 아침에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넘기고, 밤에는 출출해서 기름진 음식을 찾는 식사는 어르신의 일상에서도 드물지 않다. 이런 식탁이 몸속 어느 장기에 부담을 주는지는 잘 떠올리지 않는다. 다만 속이 편하다고 해서 췌장이 괜찮다고 볼 수는 없다. 췌장은 탈이 나기 전까지 존재를 느끼기 어려운 장기이고, 한번 나빠지면 회복이 쉽지 않은 만큼 평소 식사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소화와 혈당을 함께 맡는 장기
췌장은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혈당을 조절하는 일을 함께 맡는 장기다. 소화를 돕는 효소를 내보내는 한편, 인슐린(혈당을 낮추는 호르몬)도 만들어 낸다. 그래서 식사 내용과 먹는 방식이 췌장의 일감과 곧바로 이어질 수 있다.
부담을 주는 습관으로는 국에 밥을 말아 빨리 먹는 식사, 기름진 야식, 지나치게 단 간식, 잦은 술자리가 꼽힌다. 이런 습관은 췌장을 과하게 일하게 만들거나 직접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소화 불량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당뇨병이나 췌장염(췌장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좋은 습관과 치료는 다르다
여기서 구분할 점이 있다. 위에 든 습관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췌장 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며, 습관을 고쳤다고 해서 병을 피한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식습관은 위험을 줄이려는 노력의 하나로 보는 편이 맞다.
소화 불량과 췌장 질환도 같은 말이 아니다. 더부룩함은 여러 원인으로 생길 수 있어 증상만으로 췌장 문제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반대로 진료가 필요한 증상을 식단 조절만으로 넘기려 해서도 안 된다. 윗배 통증이 계속되거나 뚜렷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어든다면 집에서 지켜보기보다 진료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국과 밥은 따로, 저녁은 일찍 가볍게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먹는 속도다. 국과 밥을 따로 놓고 반찬과 함께 천천히 오래 씹으면 소화가 수월해져 췌장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치아가 불편해 말아 먹는 습관이 든 어르신이라면 치과 진료를 함께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간식은 단 음료나 과자를 줄이고 과일, 견과류, 두유 같은 것으로 바꾸는 방법이 권해진다. 혈당이 비교적 천천히 오르도록 돕기 위해서다. 다만 과일에도 당분이 들어 있으므로 많이 먹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밤늦게 먹는 기름진 음식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저녁은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가볍게, 잠들기 3~4시간 전에 마치는 것이 좋다는 권고가 있다. 물은 하루 8잔 정도를 꾸준히 마시고, 술은 되도록 피하되 마신다면 아주 적은 양에 그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약을 먹는 어르신은 먼저 상의부터
이런 습관은 특별한 질환이 없는 어르신이라면 일상에서 무리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이나 다른 만성 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거나 치료를 받는 중이라면 식사 시간과 간식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우선이다.
당뇨약을 먹는 어르신은 저녁 시간이나 간식을 바꾸면 혈당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심장이나 콩팥 질환으로 물 섭취량을 제한받은 경우에는 8잔이라는 기준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담당 의사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있다. 견과류나 두유 역시 질환에 따라 양을 조절해야 할 수 있다.
진료 때는 평소 식사 시간, 야식과 간식의 종류, 음주 횟수를 미리 적어 가면 상담이 수월해진다. 복용 중인 약과 음식의 관계는 약사에게 물을 수 있고, 식단 상담은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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