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티가 잘 나지 않는 췌장, 평소 식사 습관이 부담을 좌우할 수 있다
어쩌다 먹는 기름진 음식과 매일 되풀이되는 습관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밥 먹는 속도, 저녁 시간, 단 음식, 술의 양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뜨끈한 국에 밥을 말아 후루룩 넘기는 한 끼는 많은 어르신에게 익숙한 밥상이다. 이 익숙한 식사가 췌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췌장은 음식을 소화하는 효소(음식을 잘게 분해하는 물질)를 내보내고 혈당 조절을 돕는 장기다. 다만 특정 음식 하나를 끊는다고 췌장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며, 무엇을 먹느냐만큼 어떻게 먹느냐를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빨리 먹고 늦게 먹는 습관이 부담을 키울 수 있다

국에 밥을 말아 먹으면 씹는 과정이 짧아져 음식을 빨리 삼키기 쉽다. 이렇게 많은 음식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췌장이 갑자기 많은 일을 떠안을 수 있고, 국물에 든 나트륨도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밥과 국을 따로 놓고 반찬과 함께 천천히 씹어 먹는 방식이 권장된다.

먹는 시간도 함께 볼 대목이다. 삼겹살이나 치킨처럼 지방이 많은 음식을 저녁 늦게 많이 먹으면, 췌장은 지방을 소화하려고 많은 효소를 한꺼번에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췌장에 무리가 가서 급성 췌장염(췌장에 갑자기 염증이 생기는 병)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잠들기 3~4시간 전부터는 가볍게 먹는 편이 좋다는 권고가 나오는 이유다.

단 음식과 술은 부담을 주는 경로가 다르다

설탕이 많이 든 음료수와 빵, 양념이 자극적인 가공식품은 혈당을 갑자기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면 췌장은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을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췌장 세포가 지치고 당뇨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술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단 음식이 혈당 변화를 거쳐 췌장의 일을 늘린다면, 술은 췌장 세포에 직접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스트레스를 풀려고 자주 마시거나 과음하는 습관은 췌장염을 일으키거나 췌장 기능을 약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되도록 줄이고 마시더라도 아주 적은 양에 그칠 필요가 있다.

습관 개선과 질병 예방 보장은 별개다

이런 내용을 곧바로 “국밥을 먹으면 췌장염에 걸린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여기서 문제로 꼽히는 것은 빨리 먹기, 늦은 밤 과식, 잦은 과음처럼 오랫동안 되풀이되는 습관이다. 식사 습관을 바꾸는 일은 췌장의 부담을 덜기 위한 노력이지만, 그것만으로 췌장 질환이나 당뇨병을 확실히 막는다는 뜻과는 별개다.

췌장이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점도 기억할 만하다. 아파도 뚜렷한 신호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증상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괜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식습관 관리와 별도로 몸의 변화가 느껴지면 진료를 받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누가 더 살펴야 하고 무엇을 바꿀까

어쩌다 한 번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가끔 술 한 잔을 곁들이는 정도까지 지나치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반면 밤늦게 기름진 음식을 자주 찾는 어르신, 단 음료나 빵을 즐겨 드시는 어르신, 술자리가 잦은 어르신이라면 습관을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천 방법은 어렵지 않다. 밥과 반찬을 충분히 씹어 먹고, 국은 국물보다 건더기 위주로 먹으며 국물 양을 조절하는 것이 첫걸음이다. 저녁은 일찍 가볍게 마치고 잠들기 전에는 소화가 쉬운 음식을 고르며, 간식은 설탕이 많은 음식 대신 과일, 채소, 견과류, 통곡물로 바꿔 볼 수 있다.

다만 복용 중인 약이 있거나 만성 질환을 앓는 어르신은 같은 방법이 그대로 맞지 않을 수 있다. 과일과 견과류도 건강 상태에 따라 양을 조절해야 할 수 있으므로, 식습관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진료 때는 평소 저녁 시간과 음주량, 즐겨 먹는 간식을 함께 알리고 어떤 부분부터 바꿀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