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내는 화도, 속으로 누르는 화도 심장과 소화, 잠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화라는 감정 자체와 그 감정이 반복되고 쌓이는 상태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숨 고르기와 가벼운 움직임부터 해 보고, 지병이 있으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한다

집안일로 언짢은 말을 듣고도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 없이 넘긴다. 밤이 되어 자리에 누우면 낮의 일이 다시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지고 잠이 달아난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참는 쪽을 택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지만, 다만 참는 것이 곧 화를 다스리는 일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심장 박동과 혈압, 소화와 잠까지 흔들릴 수 있다

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런데 화가 치밀면 심장이 평소보다 세게 뛰고 혈압도 함께 오를 수 있다. 이런 상태가 자주 되풀이되면 훗날 심장마비나 뇌졸중(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병) 같은 질환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어르신의 심장 건강과 무관하지 않은 문제로 꼽힌다.

영향은 심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화는 소화를 방해해 속 쓰림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밤잠을 설치게 만들기도 한다. 마음이 불편한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불안하거나 우울한 기분까지 겹칠 수 있다. 몸과 마음의 불편이 서로 맞물려 있다는 얘기다.

화를 내는 것과 화에 시달리는 것은 다르다

그렇다고 화를 느끼는 일 자체를 병처럼 여길 필요는 없다. 부담이 되는 것은 감정이 생기는 그 순간보다, 너무 자주 터뜨리거나 끝없이 꾹 눌러 두는 습관 쪽이다. 어쩌다 한 번 언짢은 일과 날마다 되풀이되는 분노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심장 질환이나 뇌졸중의 위험을 화 하나로 설명할 수도 없다. 화는 몸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이해하는 편이 맞다. 또 아래에 소개하는 방법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 보탬이 되는 생활 실천이며, 질환의 치료와는 별개다. 약을 먹던 어르신이 마음이 편해졌다고 약을 스스로 줄이거나 끊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멈추고, 움직이고, 털어놓는 네 가지 실천

먼저 해 볼 만한 것은 “잠깐 멈춤”이다. 화가 치미는 순간 곧바로 말이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 잠시 멈춰 깊은 숨을 세 번 쉬는 것이다. 준비물도 장소도 필요 없어 어르신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답답함이 가시지 않으면 몸을 움직여 기분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억지로 참고 앉아 있기보다 동네를 산책하거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리한 운동이 아니라 숨이 편안한 정도의 움직임이면 충분하다.

속으로만 앓는 것도 화를 키울 수 있다. 믿을 만한 가족이나 친구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것만으로 짐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해결책을 얻지 못해도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에 뜻이 있다.

마지막은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떼어 두는 일이다. 즐겨 온 취미나 활동에 집중하다 보면 마음의 활력을 되찾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거창한 계획보다 평소 좋아하던 일을 하루 일과 안에 넣어 두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지병이 있거나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진료가 먼저다

가끔 언짢은 일이 있어도 금세 풀리고 잠과 식사에 지장이 없는 어르신이라면 위의 실천을 일상에서 가볍게 해 보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반면 약을 복용 중이거나 고혈압, 당뇨병 같은 지병이 있는 어르신은 새로운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산책이나 스트레칭처럼 가벼워 보이는 활동도 건강 상태에 따라 강도를 조절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가 난 뒤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근거림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 속 쓰림이나 불면이 이어지는 경우,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는 경우는 혼자 참고 넘길 일이 아니다.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 지체 없이 진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이나 한쪽 팔다리의 힘 빠짐,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119에 연락해야 한다.

진료실에서는 언제, 얼마나 자주 화가 나는지, 그때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복용 중인 약이 무엇인지를 함께 알리면 상담에 도움이 된다. 평소 다니는 병원의 주치의에게 먼저 묻고, 마음의 어려움이 오래가면 가까운 보건소에 상담 창구를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