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부작용을 새 병이나 노화로 오해하면 약이 더 늘기도 한다
약 목록을 적어 주치의와 약사에게 보여주는 일이 먼저다
고혈압, 당뇨, 관절염으로 병원 몇 곳을 오가는 어르신에게 두둑한 약 봉투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몸을 지키려고 먹는 약이 오히려 몸에 짐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 법하다. 다만 약의 가짓수가 많다는 사실만으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고, 따져봐야 할 것은 그 가운데 꼭 필요하지 않거나 서로 부딪치는 약이 있는지다.
나이가 들면 같은 약도 다르게 작용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약을 처리하는 힘은 조금씩 달라진다. 간과 신장(콩팥)의 기능이 젊을 때와 같지 않아, 약 성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채 더 오래 머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예전과 같은 양을 먹어도 약 기운이 지나치게 강하게 나타나거나, 기대하지 않은 불편한 증상인 부작용이 생기기 쉬워질 수 있다. 약의 양이 그대로라고 해서 몸에 미치는 영향까지 그대로라고 여기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부작용을 새 병으로 오해하면 약이 약을 부른다
문제는 약 때문에 생긴 불편함을 새로운 병으로 받아들일 때 커진다. 그 증상을 치료하려고 또 다른 약을 처방받는 일이 이어질 수 있는데, 이를 “연쇄 처방”(앞선 약의 부작용을 치료하려고 약이 잇따라 더해지는 것)이라고 부른다.
무릎 통증으로 진통소염제를 먹다가 속이 쓰려 위장약이 더해지고, 이어 변비가 생겨 변비약까지 늘어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물론 모든 위장약이나 변비약이 앞선 약 때문에 필요해진 것은 아니며, 원인은 진료를 통해 가려야 한다.
어지러움이나 무기력감도 놓치기 쉬운 신호다.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자꾸 졸리고, 힘이 빠지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증상 역시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새로 먹기 시작한 약이나 먹고 있는 약의 영향일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이런 증상이 모두 약 때문이라는 뜻은 아니어서, 혼자 판단하지 말고 주치의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약과 부적절한 약은 다르다
약이 많은 것과 약이 잘못된 것은 다른 이야기다. 만성질환을 여러 개 앓는 어르신이라면 병을 잘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약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약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줄이려 들면 오히려 병 관리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점검이 특히 필요한 쪽은 여러 병원에서 따로 처방을 받는 어르신, 약국에서 산 일반 약이나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먹는 어르신, 약을 먹은 뒤 새로운 불편함을 느끼는 어르신이다. 같은 성분의 약이 겹치거나 약물 상호작용(함께 먹은 약끼리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생겨도 병원마다 따로 진료를 받으면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혈압이나 혈당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다고 해서 약이 필요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치가 좋아진 것이 약이 제 역할을 한 결과일 수 있어서다. 이런 경우 임의로 약을 끊거나 줄이면 병이 도리어 나빠질 수 있고, 부작용이 불편해서 멈추는 경우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약 목록부터 적고 주치의와 약사에게 묻는다
첫걸음은 집에 있는 약을 한곳에 모으는 일이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물론 약국에서 산 일반 약, 홍삼과 비타민 같은 건강기능식품까지 빠짐없이 모은 뒤 목록을 만들어두면 도움이 된다. 약 이름, 먹는 이유, 언제부터 먹었는지, 부작용이 있었는지를 적으면 되고, 스마트폰이 불편하다면 작은 수첩에 손으로 적어도 충분하다.
이 목록은 병원이나 약국에 갈 때 들고 가서 지금 먹는 약 전부를 알리는 데 쓴다. 여러 병원을 다닌다면 주치의 한 사람에게 모든 약을 보여주고 겹치는 약이나 약물 상호작용이 없는지 확인받는 편이 좋다. 속쓰림, 어지러움, 불면처럼 약을 먹으며 생긴 불편함과 평소 궁금했던 점도 숨기지 않고 함께 전해야 한다.
약을 조절해야 할지는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보고 주치의가 판단할 문제다.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면 “이 약 때문일 수도 있는지”를 주치의에게 묻고, 약에 관해 궁금한 점은 약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안전한 복용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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