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온에 오래 둔 밥과 면, 냄새가 없어도 안심하기 어렵다
세레우스균이 만든 독소는 다시 끓여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식사 후 한 시간 안에 냉장하고, 이상 증상이 있으면 주치의와 상의한다

점심에 먹고 남은 밥이나 국수를 식탁 위에 그대로 두었다가 저녁에 데워 먹는 일은 어느 집에서나 흔하다. 냄새도 나지 않고 겉보기에도 멀쩡하면 괜찮다고 여기기 쉽다. 다만 냄새와 겉모습만으로는 음식의 안전을 가려내기 어렵고, 다시 끓인다고 해서 위험이 모두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볶음밥 증후군”은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외국에서는 실온에 방치된 파스타를 먹은 젊은이가 숨지는 일이 있었고, 그 원인으로 이른바 “볶음밥 증후군”이 지목됐다. 이름에 볶음밥이 들어가지만 볶음밥만의 문제는 아니다. 밥과 면처럼 전분(녹말 성분)이 많은 음식을 실온에 오래 두었을 때 생기는 세레우스균(음식에서 독소를 만드는 세균의 하나)이 원인으로 꼽힌다.

핵심은 이 세균이 만들어 내는 독소다. 독소는 열에 강해 음식을 다시 끓이거나 데워도 사라지지 않는다. 게다가 상한 티가 나지 않고 냄새도 없는 경우가 많아, 먹는 사람이 미리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 위험을 키운다.

“데우면 안전하다”와 “상하지 않았다”는 다르다

흔히 음식을 뜨겁게 데우면 세균 걱정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고기나 달걀을 충분히 익히는 일과, 이미 실온에 오래 둔 음식을 나중에 데우는 일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조리할 때 속까지 익히는 것은 안전을 위한 기본이지만, 세균이 이미 만들어 놓은 독소까지 데워서 없앨 수 있다는 뜻과는 별개다.

냉장고도 만능은 아니다. 냉장 보관을 하면 음식이 상하는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세균 번식을 완전히 막지는 못한다. 또한 외국의 사망 사례는 위험을 알리는 한 가지 사건으로, 실온에 둔 음식을 먹으면 누구나 같은 결과를 맞는다는 뜻으로 넓혀 읽을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눈과 코로 안전을 확인할 수 없는 이상 미리 조심하는 편이 낫다.

더 조심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어르신은 면역력(병균을 막아 내는 몸의 힘)이 약해지기 쉬워 같은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나기 쉬운 편이다. 음식이 따뜻한 상태로 오래 머물수록 세균이 잘 번식하므로, 무더운 여름철에는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 질환으로 약을 먹고 있는 어르신이라면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반면 갓 조리해 바로 먹는 음식이나 식사 직후 곧바로 냉장한 음식은 이 경고의 중심에 있지 않다. 문제가 되는 것은 조리한 음식을 오랫동안 실온에 두는 습관이다. 냉장한 음식도 시간이 지나면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보관 기간까지 함께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보관 시간부터 확인하고, 증상이 있으면 주치의에게

가장 먼저 챙길 것은 시간이다. 먹고 남은 음식은 식사 후 한 시간 안에 4℃ 이하의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두는 것이 좋다. 냉동할 때는 한 번 먹을 양씩 나누어 담으면 편리하다. 냉장한 음식은 하루나 이틀 안에 먹고, 해산물은 그날 다 먹는 것이 안전하므로 처음부터 적게 조리하는 방법도 있다.

조리 과정에서도 살필 점이 있다. 고기와 닭고기, 달걀에는 다른 세균이 있을 수 있어 속까지 하얗게, 또는 갈색으로 변할 만큼 충분히 익혀야 한다. 음식을 만들기 전과 만드는 도중에는 비누로 손을 씻고, 생고기를 다룬 칼과 도마는 채소나 익힌 음식에 쓰는 것과 따로 두면 세균이 옮겨 가는 일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음식을 먹은 뒤 속이 불편하거나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미루지 말고 곧바로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진료 때는 무엇을 언제 먹었는지, 그 음식을 얼마나 오래 두었는지, 현재 복용 중인 약은 무엇인지를 함께 알리면 상담에 도움이 된다. 만성 질환 약을 먹는 어르신이라면 약을 어떻게 할지도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주치의나 약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