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전 단계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가볍게 넘기기 쉽다
생활 습관은 약의 대체재가 아니라 약과 함께 가는 관리법이다
식후 10분 걷기부터 시작하되 약 조절은 주치의와 상의한다

고혈압약, 당뇨약, 콜레스테롤약을 날마다 빠짐없이 챙기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약을 잘 챙겨 먹고 있으니 건강 관리는 이것으로 충분한 것일까. 다만 약을 꼬박꼬박 먹는 일과 혈당을 다스리는 생활을 하는 일은 같은 말이 아니다. 오랜 기간 이어진 해외 연구에서는 생활 습관을 꾸준히 바꾼 사람들의 만성 질환 위험이 더 낮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증상 없이 지나가는 당뇨 전 단계

몸은 음식에서 얻은 포도당을 에너지로 쓰면서 혈액 속 포도당 농도, 곧 혈당을 스스로 조절한다. 이 조절 능력이 다소 약해진 상태를 당뇨 전 단계(혈당이 정상보다 높지만 당뇨병에는 이르지 않은 상태)라고 부른다. 국내 30세 이상 성인 열 명 가운데 네 명가량이 여기에 해당할 정도로 흔하다.

문제는 이 시기에 눈에 띄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중에 약을 먹으면 된다”고 미루기 쉽지만, 이 단계에서 시작한 작은 노력이 뒷날의 큰 병을 막는 데 힘이 될 수 있다. 혈당이 높다는 말을 들은 시점이 곧 생활을 점검할 시점인 셈이다.

21년 연구의 21%, 약을 끊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미국에서 많은 사람을 21년에 걸쳐 살핀 연구에 따르면, 생활 습관을 열심히 실천한 사람들은 약을 복용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여러 만성 질환이 함께 생길 위험이 21% 낮았다고 한다. 단순히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앓고 있는 병이 나빠지거나 새로운 병이 생기는 시기를 늦추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 수치를 읽을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 결과는 집단 전체에서 나타난 경향이어서 어느 한 사람에게 같은 효과를 약속하는 것과는 별개다. 또한 생활 습관의 효과가 확인됐다는 말과 약이 필요 없다는 말은 다르다. 혈당약은 당뇨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데 중요한 수단이며, 생활 습관은 약과 합쳐질 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레의 다른 쪽 바퀴에 가깝다.

약을 먹는 사람도, 아직 먹지 않는 사람도 할 일은 있다

혈당이 높다는 말을 들었지만 아직 약을 먹지 않는 어르신이라면 지금이 습관을 바꾸기 좋은 때일 수 있다. 이미 약을 복용 중인 어르신도 생활 관리를 함께 해 나갈 필요가 있다. 다만 약을 먹는 경우에는 몸이 좋아진 것 같다는 느낌만으로 약을 끊거나 용량을 바꾸면 안 된다.

아래의 습관을 그대로 따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혈당을 낮추는 약을 쓰는 어르신이 끼니를 크게 줄이면 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질 우려가 있고, 콩팥 기능이 떨어진 어르신은 단백질 섭취량을 따로 정해야 할 수 있다. 다리가 불편하거나 어지럼증이 잦은 어르신도 움직이는 방법을 먼저 의료진과 의논하는 편이 안전하다.

큰 변화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식사 뒤 곧바로 앉거나 눕는 대신 10분가량 집 안이나 마당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식후 혈당이 급히 오르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번에 30분이나 1시간씩 운동하기 힘들다면 텔레비전 광고가 나올 때마다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거나, 버스에서 한 정거장 먼저 내려 걷는 식으로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밥상에서는 흰쌀밥, 빵, 면을 조금 덜고 시금치, 나물, 샐러드 같은 채소 반찬을 넉넉히 올리는 것이 좋다. 닭고기, 생선, 두부 같은 단백질 음식도 골고루 곁들이고, 목이 마를 때는 단 음료 대신 물이나 보리차를 마시는 습관을 들일 만하다.

혈당 검사 결과부터 확인하고 주치의에게 묻는다

생활 습관을 바꾸기 전에 먼저 할 일은 자신의 혈당 상태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혈당이 높다는 말을 들었거나 약을 먹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주치의와 함께 살필 필요가 있다.

진료실에서는 지금 혈당이 어느 단계인지, 약을 계속 먹어야 하는지, 어느 정도의 걷기와 식사 조절이 자신에게 맞는지를 물어볼 수 있다. 복용 중인 약이 여러 가지라면 약사에게 약과 식사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도 방법이다. 약 복용과 생활 습관 개선 계획은 주치의와 함께 세워야 안전하며, 궁금한 점은 다음 진료 때 미리 적어 가서 묻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