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없다고 넘기기 쉬운 당뇨병전단계
약과 생활 습관은 대신하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가는 관계
식후 걷기와 식사량부터 살피고 약은 주치의와 상의

점심을 먹고 곧장 소파에 앉는 일은 흔한 풍경이다. 건강검진에서 당뇨병전단계(당뇨병 진단 기준에는 못 미치지만 혈당이 정상보다 높은 상태)라는 말을 들어도, 아픈 곳이 없으니 나중에 약을 먹으면 된다고 여기는 어르신도 적지 않다. 다만 20년 넘게 사람들을 지켜본 한 연구는 약에 앞서 생활 습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증상 없어도 흔한 상태, 여러 만성 질환과도 연결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10명 중 4명가량이 당뇨병전단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듣는 이야기인 셈이다. 당장 불편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는 점이 이 단계의 함정으로 꼽힌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는 생활 습관을 개선한 사람들이 뒷날 여러 만성 질환을 한꺼번에 앓을 위험이 더 낮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포함된 질환은 고혈압, 심장 질환, 뇌졸중, 관절염, 만성콩팥병(콩팥 기능이 오랜 기간 서서히 떨어지는 병), 암, 우울증, 치매 등이다. 혈당 수치에만 그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몸 전체의 건강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그렇다고 생활 습관만 바꾸면 이런 병을 모두 막을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위험이 낮게 나타났다는 결과와 한 사람의 병을 확실히 막아 준다는 보장은 별개다. 나이, 지병, 가족력 등에 따라 사정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연구 결과는 생활을 돌아보는 참고 자료로 받아들이는 편이 알맞다.

“약이 소용없다”와 “약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다르다

이런 연구 소식을 약을 끊어도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은 몸의 균형을 잡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미 약을 먹는 어르신에게 이 연구가 약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연구가 짚는 지점은 약에만 기대서는 모든 문제를 풀기 어렵다는 쪽에 가깝다. 약이 몸을 돕는 수단이라면 일상의 습관은 건강의 바탕을 이루는 요소다. 둘은 어느 한쪽을 골라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나란히 챙겨야 하는 관계로 볼 수 있다.

식후 10분 걷기, 밥상의 양과 짝부터

당뇨병전단계라는 말을 들은 어르신은 물론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먹고 있는 어르신도 함께 살펴볼 만한 내용이다.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점심이나 저녁 식사 뒤 10~15분 동네를 가볍게 걷는 일이 꼽힌다. 운동복을 따로 갖출 필요 없이 편하게 걷는 것만으로도 식후 혈당(밥을 먹은 뒤 오르는 혈당)이 가파르게 치솟는 것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 번에 30분을 걷기 힘들다면 오전 10분, 점심 뒤 15분, 저녁 뒤 10분처럼 나누어 움직이는 방법도 있다. 계단을 이용하거나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는 것도 보탬이 될 수 있다. 다만 무릎이나 허리가 좋지 않거나 심장 질환이 있는 어르신, 어지럼증을 자주 겪는 어르신은 계단 이용이나 활동량을 늘리기 전에 의사와 먼저 의논할 필요가 있다.

식사에서는 흰쌀밥, 흰 빵, 면 종류, 단 음료처럼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는 음식을 살펴볼 만하다. 무조건 끊기보다 양을 조금씩 줄이거나 채소, 단백질 음식과 곁들이는 방식이 권장된다. 흰쌀밥에 잡곡을 섞고 밥을 덜어 내는 대신 채소 반찬을 넉넉히 먹는 식이다. 통곡물(겉껍질만 벗겨 겨와 씨눈을 남긴 곡물), 콩, 생선, 살코기를 더하면 식사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약은 임의로 바꾸지 말고, 수치 변화는 주치의에게

생활 습관을 바꾸기 시작했다고 해서 스스로 약을 끊거나 용량을 조절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약의 조정은 주치의 판단에 따라야 하며, 습관 개선은 그 처방과 함께 이어 가는 것이 안전하다. 식사량을 줄일 계획이 있다면 당뇨약을 먹는 어르신은 저혈당(혈당이 지나치게 떨어지는 상태) 우려가 없는지 미리 물어볼 필요가 있다.

몸에 변화가 느껴지거나 평소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정기 진료 때 주치의에게 묻는 것이 정확하다. 내 혈당 수치가 어느 단계인지, 얼마나 자주 검사해야 하는지, 지금 몸 상태에서 어느 정도 걷는 것이 알맞은지를 메모해 가면 상담에 도움이 된다. 복용 중인 약과 음식의 관계는 약사에게, 건강검진 결과와 지역 건강 프로그램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나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