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혈관 안에 혈전이 생기기 쉬워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
미역, 깨, 마늘은 식단의 보탬일 뿐 약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는다
항응고제를 먹고 있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부터 확인해야 한다

아침저녁 공기가 차가워지면 혈액순환과 혈관 건강을 떠올리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밥상에 흔히 오르는 미역, 깨, 마늘이 혈관을 지켜 준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솔깃하게 들린다. 다만 이 식품들이 이미 생긴 혈전(피가 뭉쳐 생긴 덩어리, 흔히 “피떡”)을 없애거나 약을 대신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혈전은 왜 문제가 되고, 세 식품에는 무엇이 들었나

혈액은 온몸에 산소와 영양분을 실어 나른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혈관 안에 끈적한 혈전이 생기기 쉬워지고, 이 덩어리가 혈관을 막으면 건강에 위험이 될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난 뒤 대처하기보다 평소 생활에서 미리 관리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미역에는 후코이단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혈액이 뭉쳐 혈전으로 굳는 과정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깨에 든 세사민은 혈관을 이완시키고 혈압 조절을 돕는 데 좋다고 하며,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에 쌓이는 것을 막는 데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전해진다.

마늘은 예부터 약처럼 쓰여 온 식품으로, 몇몇 성분이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익힌 마늘보다 생마늘이 더 낫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조건에서 나온 결과인지까지 따져 보지 않은 채 모든 어르신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성분의 효과와 내 몸의 치료 효과는 다르다

어떤 식품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과, 그 식품을 먹은 사람의 혈관 질환이 낫는다는 사실은 별개다. 미역, 깨, 마늘을 꾸준히 먹으면 혈액순환과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안전하다. 특정 음식 몇 가지만 믿고 안심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혈관 건강을 좌우하는 것은 한두 가지 식품보다 전체 식단이다. 세 식품을 챙겨 먹더라도 라면, 과자, 빵처럼 달고 짜고 기름진 가공식품을 그대로 즐긴다면 기대한 만큼의 보탬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좋은 음식을 더하는 일과 해로운 음식을 줄이는 일은 함께 가야 한다.

누구에게 권할 만하고, 누가 먼저 물어야 하나

특별한 질환이나 복용 약이 없고 평소 식사를 고르게 하는 어르신이라면 세 식품을 반찬으로 곁들이는 데 큰 부담은 없을 수 있다. 미역은 미역국, 미역냉국, 미역초무침으로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식탁에 올리는 방법이 있다. 깨는 밥에 뿌리거나 나물을 무칠 때 참깨나 들깨를 한 숟가락 넣으면 되고,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조리해도 된다.

마늘은 생으로 조금씩 쌈에 곁들이는 방법이 있다. 매운맛이 부담스럽다면 마늘장아찌나 익힌 마늘을 반찬으로 삼아도 된다. 무리해서 생마늘을 먹기보다 꾸준히 먹을 수 있는 방식을 고르는 편이 낫다.

반면 약을 복용 중인 어르신은 사정이 다르다. 특히 항응고제(혈액을 묽게 해 혈전을 막는 약)를 먹고 있다면 새로운 식품을 늘리기 전에 반드시 주치의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건강 상태와 복용 약에 따라 음식 섭취에 주의가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 좋다는 식품이라고 해서 누구에게나 같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식단을 바꾸기 전에 확인할 것

먼저 지금 먹는 약의 이름과 평소 식사 내용을 적어 두면 상담이 수월해진다. 진료 때 미역, 깨, 마늘을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 복용 중인 약과 함께 먹어도 괜찮은지를 묻는 것이 좋다. 약 이름이 헷갈리면 약 봉투를 들고 약사에게 물어볼 수도 있다.

식단은 가공식품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하고, 그 자리에 세 식품을 조금씩 더해 볼 수 있다. 처방받은 약은 식품을 챙겨 먹는다는 이유로 임의로 줄이거나 끊지 말아야 한다. 혈관 건강이나 식단이 걱정된다면 주치의나 약사, 가까운 보건소에 상담을 청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