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사례와 모두에게 통하는 치매 예방법은 다르다
일과 정하기와 대화부터 시작하고 지병이 있으면 주치의와 상의
매일 같은 시간에 집을 나서 같은 카페에 앉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어르신이 있다. 올해 93세인 이 어르신은 경증 치매(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떨어지기 시작한 초기 단계) 진단을 받았지만, 곁에서 돌보는 요양보호사는 치매 증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이 이야기를 규칙적인 습관이 치매를 막아 준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이르다.
뇌 영상에는 소견이 있는데 생활은 달랐다
이 어르신은 과거 나라의 경제 정책을 세우는 일에 큰 역할을 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뇌 영상 검사에서는 치매 소견이 나왔으나, 일상생활에서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활기찬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뇌세포가 조금씩 손상되더라도 뇌가 맡은 일을 계속 해내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주변에서 꼽은 생활 방식은 특별하지 않다. 정해진 시간에 집을 나서고, 같은 카페에 들르고, 그곳에서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2~3시간 꾸준히 하는 것이 전부다. 값비싼 약이나 어려운 운동이 아니라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행동을 되풀이하는 일과였다는 점이 관심을 끌었다.
하나의 사례와 치매 예방법은 다르다
이 사례를 읽을 때는 몇 가지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검사 결과와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은 별개다. 영상에서 소견이 보여도 생활이 유지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병이 없다거나 나았다는 뜻은 아니다. 증상이 없어 보인다는 말 역시 곁에서 지켜본 사람의 관찰이다.
습관과 결과의 관계도 조심스럽게 보아야 한다. 이 어르신의 일과가 뇌를 깨우는 데 도움이 되었을 수 있으나, 한 사람의 경험만으로 그 일과가 원인이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건강 상태와 살아온 환경이 저마다 다른 만큼, 같은 일과를 따라 한다고 같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뇌가 꾸준한 자극과 규칙적인 생활을 반길 수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 정도로 받아들이는 편이 알맞다.
일과 정하기, 스마트폰, 대화로 시작할 수 있다
따라 해 볼 만한 습관은 어렵지 않다. 첫째는 하루의 틀을 만드는 일이다. 아침에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정해진 때에 식사하고, 오후에는 산책이나 취미 활동을 하는 식이다. 오후 2시에는 거실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신문을 읽거나 라디오를 듣는다는 정도의 작은 약속도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둘째는 스마트폰을 생각하는 도구로 쓰는 것이다. 관심 있는 뉴스 읽기, 손주에게 메시지 보내기, 틀린 그림 찾기나 스도쿠 같은 간단한 퍼즐이 여기에 든다. 처음에는 서툴러도 꾸준히 시도하면 새로운 것을 익히는 자극이 될 수 있고, 사용법이 어렵다면 가족에게 도움을 청하는 방법도 있다.
셋째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다. 직접 만나기 어렵다면 전화나 화상 통화로 안부를 주고받아도 되고, 동네 경로당이나 문화센터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함께 웃고 대화하는 시간은 뇌에 즐거운 자극이 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습관과 진료는 별개, 주치의와 먼저 상의한다
이런 습관은 특별한 준비 없이 일상에 넣을 수 있어 대부분의 어르신이 부담 없이 시도해 볼 만하다. 다만 약을 복용 중이거나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은 사정이 다를 수 있어, 새로운 습관을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오후 산책처럼 몸을 움직이는 일과를 넣을 때도 마찬가지다.
규칙적인 일과는 진료를 대신하지 못한다. 진단을 이미 받았거나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전과 달라졌다고 느끼는 어르신과 가족은 습관만 믿고 지켜보기보다 진료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뇌 건강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 만큼, 오늘 정할 수 있는 일과 하나를 고르되 궁금한 점은 주치의나 약사,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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