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둔 곳이나 하려던 말이 떠오르지 않아 걱정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나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와 진료가 필요한 기억 저하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몸 움직이기, 새로운 배움, 대화, 식사와 잠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좋다

안경을 어디에 두었는지 한참 찾거나, 방금 꺼내려던 말이 입안에서 맴돌기만 하는 순간이 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기억력이 이대로 흐려지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다만 깜빡하는 일이 생겼다고 해서 곧바로 큰 병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특별한 비법이 있어야 뇌 건강을 챙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뇌는 쓰고 자극할수록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꼽힌다. 그렇다고 뇌의 능력이 한 방향으로만 줄어든다고 볼 일은 아니다. 뇌는 평생에 걸쳐 변화하고 배우는 힘을 지닌 기관으로, 근육처럼 자주 쓰고 자극을 줄수록 건강하게 유지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몸을 움직이는 일은 그 첫걸음으로 자주 거론된다. 하루 30분 안팎의 산책이나 동네 공원 걷기가 대표적이고, 가벼운 스트레칭과 맨손체조, 집안일도 활동량을 채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몸을 움직이면 뇌까지 피가 잘 돌아 뇌 기능을 돕고, 기분이 나아지면서 스트레스를 덜어 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무리해서 한꺼번에 하기보다 매일 꾸준히 이어 가는 편이 낫다.

머리를 쓰는 활동도 폭넓게 고를 수 있다. 신문과 책 읽기, 퍼즐, 낱말 퀴즈, 스도쿠(숫자 채우기 퍼즐) 외에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뜨개질처럼 손을 함께 쓰는 취미도 좋은 선택이다. 익숙한 일만 반복하기보다 새 요리법을 배우거나 스마트폰 영상 통화를 익히는 등 낯선 일에 도전할 때 뇌에 더 신선한 자극이 될 수 있다.

습관과 치료는 다르다

대화와 만남도 빼놓기 어렵다. 상대의 말을 듣고 이해한 뒤 답하는 과정 자체가 뇌를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전화, 경로당과 어르신 모임 참여는 외로움을 덜고 마음의 활력을 되찾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사와 잠 역시 같은 선상에 놓인다. 채소와 과일, 생선을 골고루 먹으면 뇌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고, 하루 7~8시간 정도의 충분한 잠은 낮 동안 지친 뇌가 쉬면서 정보를 정리하는 시간이 된다.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은 몸 전체의 건강과도 이어져 있다.

다만 이런 습관은 뇌 건강을 지키는 생활 관리이며, 기억력 저하를 치료하는 방법과는 별개다. 습관을 잘 지킨다고 해서 치매 같은 질환을 반드시 막을 수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어떤 활동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도 사람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누가 바로 시작해도 되고, 누가 먼저 물어야 하나

특별히 불편한 곳이 없고 가끔 깜빡하는 정도라면 생활 속 습관부터 하나씩 시작해 볼 만하다. 걷기나 집안일, 안부 전화처럼 부담이 적은 일부터 고르면 오래 이어 가기 쉽다.

반면 몸에 불편한 곳이 있거나 복용 중인 약이 있는 어르신은 새로운 운동이나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깜빡하는 일이 눈에 띄게 잦아지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습관만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본인은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가족이 함께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루 생활부터 점검하고 상담은 가까운 곳에서

우선 하루 생활을 돌아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새로 해 본 일이 있는지, 끼니와 잠은 규칙적이었는지를 짚어 보면 무엇부터 바꿀지 가늠하기 쉽다.

진료를 받을 때는 언제부터 어떤 일을 자주 잊는지,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를 미리 적어 가면 상담이 수월해진다. 기억력이 걱정된다면 주치의나 가까운 보건소에 먼저 문의하고, 복용 중인 약에 관한 궁금증은 약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