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를 잘 챙겨도 기운이 없고 피로가 가시지 않는 어르신이 있다
배부름과 영양 충족은 다르지만 피로의 원인이 영양 부족만은 아니다
식단부터 돌아보고 영양제는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세 끼를 거르지 않고 운동도 꾸준히 하는데 쉽게 지치고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배가 든든하니 영양에는 문제가 없으리라고 여기기 쉽다. 다만 배가 부르다는 것과 몸에 필요한 영양소가 채워졌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배는 불러도 필요한 영양소는 모자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음식으로 배를 채웠는데도 몸이 꼭 필요로 하는 영양소가 부족한 상태를 “배부른 영양실조”라고 부르기도 한다. 먹을거리가 풍족해진 요즘에도 이런 상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부족하다고 꼽히는 것은 미량영양소(비타민이나 무기질처럼 아주 적은 양이지만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나이도 변수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소화 기능과 영양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어, 비슷한 양을 먹어도 몸에 쓰이는 영양소는 예전과 다를 수 있다. 겉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여도 몸속 균형이 서서히 깨지면서 피로감이나 활력 저하로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작은 부족이 쌓이면 몸에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로하다고 모두 영양 부족은 아니다

여기서 구분할 점이 있다. “배부른 영양실조”는 피로의 원인으로 생각해 볼 만한 설명 가운데 하나일 뿐, 기운이 없다는 사실만으로 영양 부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피로감은 수면 상태, 앓고 있는 병, 복용하는 약 등 여러 이유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양 상태를 돌보는 일과 피로의 원인을 찾는 일은 별개다.

특히 살펴볼 만한 경우는 매일 드시는 반찬이 비슷하거나, 소화가 예전 같지 않거나, 끼니는 챙기는데도 피로가 이어지는 어르신이다. 반면 피로가 평소와 다르게 심해졌거나 오래 이어지는 경우라면 식단만 바꾸며 지켜보기보다 진료를 먼저 받아 볼 필요가 있다. 식단을 고치는 것이 진료를 대신할 수는 없다.

밥상의 색깔과 씹는 습관부터 확인

생활 속에서 먼저 점검할 수 있는 것은 밥상의 다양성이다. 빨강, 노랑, 초록 등 색깔이 다른 채소와 과일에는 저마다 다른 영양소가 들어 있어, 반찬의 색이 단조롭다면 한두 가지를 더해 보는 방법이 있다. 특별한 식품을 찾기보다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

먹는 방식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음식을 천천히 충분히 씹으면 소화에 도움이 되고 몸이 영양소를 흡수하는 데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식사 시간을 여유롭게 잡는 것만으로도 씹는 습관을 바꾸기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치아나 틀니 문제로 씹기가 어렵다면 치과에서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습관은 하루아침에 결과가 드러나는 일이 아니다. 효과를 서둘러 판단하기보다 작은 습관을 꾸준히 이어 가면서 몸 상태의 변화를 살피는 편이 현실적이다.

영양제는 먹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

기운이 없으면 영양제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부족한 영양소를 알약으로 채우는 일과 안전하게 복용하는 일은 다른 문제다. 영양제가 약의 효과를 방해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서다. 여러 가지 약을 복용 중인 어르신이라면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미 영양제를 드시고 있거나 드실 계획이 있다면 주치의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현재 건강 상태, 복용 중인 약과의 상호작용, 실제로 필요한 영양소의 종류와 양을 함께 확인하면 된다. 진료 때 복용 중인 약과 영양제를 모두 가져가거나 이름을 적어 가면 상담이 수월해질 수 있다.

끼니를 잘 챙기는데도 피로가 계속된다면 평소 식단과 소화 상태, 복용 중인 약을 정리해 주치의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약과 영양제를 함께 먹어도 되는지는 약사에게도 확인할 수 있고, 식단 관리에 관한 궁금한 점은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