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집 안에서 넘어지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균형 감각과 다리 근력 저하에 약 부작용, 시력·청력 문제까지 원인은 여러 갈래다
한 발 서기로 몸 상태를 살피고 집 안 환경과 복용 약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바닥에 떨어진 젓가락을 줍다가,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물기 있는 화장실 바닥을 딛다가 몸이 휘청하는 일은 어르신의 일상에서 드물지 않다. 낯선 길보다 오히려 늘 지내는 집 안에서 낙상(넘어지거나 미끄러져 다치는 사고)을 겪는 어르신이 생각보다 많다고 한다. 다만 넘어지는 일을 “잠깐 미끄러진 것뿐”이라고 가볍게 넘기는 것은 흔한 오해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사고라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멍으로 끝나던 일이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젊을 때는 넘어져도 가벼운 멍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뼈가 약해지면서 같은 충격이 골절(뼈가 부러지는 것)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 어르신은 뼈가 약해지기 쉬워 골절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더 필요하다.

문제는 뼈만 다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뼈를 다치면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고, 그 사이 마음까지 움츠러들 수 있다. 낙상을 몸과 일상 전체에 영향을 주는 사고로 보고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넘어지는 주된 배경으로는 나이와 함께 조금씩 약해지는 균형 감각과 다리 근력이 꼽힌다. 사람은 한 발로 서 있을 때도 끊임없이 균형을 잡는데, 이 능력이 떨어지면 걸음이 불안정해지고 보폭이 좁아져 종종걸음이 나타날 수 있다.

한 발 서기 시간과 낙상 진단은 다르다

균형 감각을 가늠해 볼 간단한 방법으로는 “한 발 서기”가 있다. 벽이나 의자를 잡을 수 있는 자리에서 눈을 뜬 채 한 발로 서서 얼마나 버티는지 재 보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50대는 40초 이상, 60대는 30초, 70대는 20초 정도를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이 수치는 현재 몸 상태를 가늠하는 참고 기준일 뿐, 병을 가려내는 진단과는 별개다. 시간이 평균보다 짧다고 해서 곧 넘어진다는 뜻은 아니며, 평균을 넘겼다고 해서 낙상 걱정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평균에 못 미치거나 균형 잡기가 유난히 어렵게 느껴진다면 지금부터 천천히 균형 감각을 키워 갈 신호로 받아들이는 편이 낫다.

운동부터 할 사람과 상의부터 할 사람은 다르다

몸에 큰 불편이 없다면 하루 5분 정도의 균형 운동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벽이나 튼튼한 의자를 가볍게 짚고 한 발로 5초, 10초씩 서는 연습이 대표적이다. 익숙해지면 손을 떼고 버티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 갈 수 있다. 벽 가까이에서 한 발의 뒤꿈치를 다른 발의 발끝에 붙이며 일자로 걷는 연습도 균형 감각을 기르는 방법으로 꼽힌다.

모든 어르신에게 같은 방식이 맞는 것은 아니다. 넘어질 위험이 있다면 반드시 벽이나 튼튼한 가구를 잡고 시작하고, 몸에 무리가 느껴지면 바로 멈춰야 한다. 새로운 운동을 시작하려는 어르신은 먼저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약을 함께 복용하는 어르신은 따로 살펴볼 부분이 있다. 약의 부작용으로 어지럼증이나 균형 감각 저하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런 증상이 있다면 운동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주치의에게 먼저 알리고 약 조절이 가능한지 물어보는 것이 순서다. 건강을 위해 먹는 약이 도리어 낙상 위험을 높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집 안 통로와 약 목록, 검진 항목부터 확인

운동과 함께 집 안 환경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발에 걸릴 수 있는 전선, 카펫, 물건은 치워 통로를 넓혀 두는 것이 좋다. 화장실과 부엌처럼 물기가 많은 곳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깔거나 손잡이(안전바)를 설치하는 방법이 있다.

어두운 곳에서는 넘어지기 쉬운 만큼 집 안을 환하게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밤에 화장실을 오가는 어르신이라면 센서등이나 작은 불빛을 켜 두는 방법을 고려해 볼 만하다.

시력과 청력, 뼈 건강의 변화도 낙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아 시력과 청력에 문제가 없는지, 골밀도(뼈의 단단한 정도)는 어떤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진료 때는 복용 중인 약을 모두 알리고, 어지럼증이나 넘어질 뻔한 경험이 있었는지, 어떤 균형 운동이 몸에 맞는지를 주치의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다. 복용 약이 궁금하다면 약사에게 문의하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