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 물 대신 수박으로 갈증을 달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수분이 많아도 수박은 당분이 든 간식이고, 갈아 마시면 혈당에 더 불리할 수 있다
당뇨병이나 이뇨제 복용 중이라면 먹어도 되는 양을 주치의에게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한여름 냉장고에서 꺼낸 수박 한 쪽은 갈증을 달래는 가장 손쉬운 간식으로 꼽힌다. 달고 시원해서 입맛이 없는 날에도 찾는 어르신이 많다. 다만 수분이 많다고 해서 수박이 물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먹는 양과 먹는 방식에 따라 몸이 받아들이는 부담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수분과 함께 당분도 들어 있는 과일

수박은 수분 함량이 높아 여름철 목마름을 덜어 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단맛을 내는 당분도 적지 않게 들어 있다. 갈증이 날 때마다 물처럼 많이 먹으면 혈당이 오르거나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흔히 놓치는 대목이다.

몸에 이로운 성분이 있다는 점도 수박이 사랑받는 이유다. 수박에는 혈압 조절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L-시트룰린(아미노산의 한 종류)과 항산화 성분(몸속 세포의 손상을 막는 성분)인 라이코펜이 들어 있다. 라이코펜은 세포를 활성산소(몸속에서 세포를 손상시키는 산소 물질)로부터 보호하고, 노화를 늦추며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소개된다.

좋은 성분이 있다는 것과 많이 먹어도 된다는 것은 다르다

이런 성분이 들어 있다는 사실과 수박을 많이 먹을수록 건강해진다는 말은 별개다. 수박이 혈압약을 대신하거나 질환을 치료하는 것도 아니다. 좋은 성분을 기대하며 양을 늘리면 그만큼 당분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함께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같은 수박이라도 먹는 형태에 따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잘라서 그대로 먹으면 섬유질과 여러 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고 포만감도 커서 과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주스로 갈아 마시면 섬유질과 비타민 같은 영양소가 줄어들고 당분은 진해져 혈당이 더 빠르게 오를 수 있다. 시원하게 마시기 편하다는 장점만 보고 주스를 택할 일은 아닌 셈이다.

먹는 양과 시간도 살펴볼 만하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간식처럼 한두 조각 정도로 나누어 먹는 방법이 권장된다. 식사 직후보다는 식사와 식사 사이에 먹는 편이 낫다는 조언도 있다. 목이 마를 때는 시원한 물을 먼저 마시고 수박은 곁들이는 정도로 조금씩 먹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조심해야 할 어르신과 부담이 덜한 어르신

가장 주의가 필요한 경우는 당뇨병이 있는 어르신과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으로 이뇨제(소변 배출을 늘려 몸속 수분과 염분을 줄이는 약)를 드시는 어르신이다. 수박의 일부 성분이 약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고,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다른 사람이 괜찮다고 한 양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신의 상태에 맞는 양을 따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앓는 병이 없고 복용하는 약도 없는 어르신이라면 수박을 지나치게 경계할 이유는 크지 않다. 다만 이 경우에도 물 대신 먹는 습관은 피하고 간식 정도의 양을 지키는 편이 좋다. 수박을 먹은 뒤 배가 아프거나 속이 불편한 어르신은 양을 줄이거나 잠시 먹지 않고 상태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진료 때 먹는 양과 복용 약부터 확인

수박을 즐겨 먹는 어르신이라면 먼저 평소 먹는 양과 먹는 시간, 주스로 마시는지 여부를 점검해 볼 만하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심장 질환으로 약을 드시는 경우에는 복용 중인 약의 이름과 평소 먹는 수박의 양을 함께 메모해 두면 상담이 수월해질 수 있다.

진료 때는 수박을 하루에 어느 정도까지 먹어도 되는지, 복용 중인 약과 함께 먹어도 괜찮은지를 주치의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약에 관한 궁금증은 약을 받는 약국의 약사에게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