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이 달라지는 것과 영양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별개다
약을 먹거나 입맛이 없는 어르신은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같은 양의 밥을 큰 접시에 담으면 적어 보이고, 작은 접시에 담으면 넉넉해 보일 때가 있다. 음식의 맛과 만족감이 입안에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눈과 손, 귀의 영향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그릇을 바꾼다고 해서 건강 문제가 저절로 풀린다고 보기는 어렵다. 식탁 환경은 식사 습관을 돕는 보조 수단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릇의 색과 무게가 맛의 느낌을 바꿀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똑같은 음식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흰색의 둥근 접시에 담은 음식이 다른 색 그릇에 담았을 때보다 더 달고 맛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무게도 변수로 꼽힌다. 가벼운 플라스틱 그릇보다 조금 묵직한 도자기나 유리 그릇을 쓰면 음식이 더 풍성하고 고급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손에 전해지는 무게감이 식사의 만족감에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알록달록한 채소와 과일을 함께 올리면 보는 즐거움이 더해지고, 식탁의 구성도 자연스럽게 다양해질 수 있다.
작은 접시의 포만감은 착시에서 온다
접시 크기에 따라 음식의 양이 달라 보이는 현상은 “델뵈프 착시”(같은 크기의 물체도 둘러싼 테두리에 따라 크거나 작아 보이는 눈의 착각)로 설명된다. 작은 접시에 담긴 음식은 실제보다 많아 보이기 때문에, 먹고 난 뒤 충분히 먹었다는 느낌을 얻기 쉬울 수 있다. 과식이 고민인 사람에게 식사량 조절의 한 방법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음악도 식사 속도와 관련이 있다. 시끄러운 텔레비전 소리나 빠른 음악 대신 잔잔하고 느린 박자의 음악을 틀면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먹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천천히 먹으면 몸이 배부르다는 신호를 보낼 시간이 생기지만, 급하게 먹으면 배부른 줄 모른 채 계속 먹기 쉽다. 꼭꼭 씹어 먹는 습관은 소화와 과식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많아 보이는 것과 실제로 많이 먹는 것은 다르다
이런 방법은 느낌을 바꾸는 데 초점이 있다. 작은 접시에 담아도 음식의 양과 영양소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고, 흰 접시에 담는다고 음식의 성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맛있게 느끼는 일과 영양을 고르게 챙기는 일은 별개이므로, 그릇을 바꾼 뒤에도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는 따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법의 효과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입맛, 씹는 힘, 앓는 질환, 평소 식사량에 따라 같은 방법이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과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맞는 사람과 조심할 사람, 확인할 것
작은 접시와 느린 식사는 평소 과식이 잦거나 빨리 먹는 습관이 있는 어르신이 먼저 시도해 볼 만하다. 반대로 입맛이 없어 식사량이 이미 줄어든 어르신에게 작은 접시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양을 줄이는 방법보다 좋아하는 그릇을 꺼내거나 음식의 색을 다양하게 해서 식욕을 돋우는 쪽이 어울린다. 손목이나 손아귀 힘이 약한 어르신은 무거운 그릇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으므로, 들기 편한 무게인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 좋다.
혈압약이나 당뇨약을 꾸준히 복용하거나 만성 질환이 있는 어르신은 식습관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특히 식사량을 줄이려는 계획이 있다면 복용 중인 약과 질환을 함께 알리고, 어느 정도까지 조절해도 되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시작은 한 끼에 한 가지면 충분하다. 밥이나 주된 반찬을 평소보다 작은 그릇에 담아 보거나, 텔레비전을 끄고 가곡이나 잔잔한 클래식을 틀어 식사 속도가 달라지는지 살피는 식이다. 그 뒤에도 입맛이 계속 없거나 체중이 눈에 띄게 변하면 주치의나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해 식사와 건강 상태를 함께 점검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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