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C가 충분한 어르신의 뇌 회색질이 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항산화 작용에 따른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치매를 직접 막는 약과는 별개다
제철 과일과 채소부터 챙기고, 복용 약이 있으면 주치의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귤 한 알, 키위 한 조각을 밥상에 올리는 일이 나이 든 뇌에도 의미가 있을까. 최근 한 연구에서 몸속 비타민C가 충분한 어르신은 그렇지 않은 어르신보다 뇌의 회색질이 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다만 이 결과를 “비타민C를 먹으면 치매를 막는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기억력과 판단력을 맡는 회색질, 나이 들면 줄어들 수 있다

회색질(기억, 사고, 판단 같은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부위)은 일상을 스스로 꾸려 가는 힘과 깊이 맞닿아 있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 있는 부위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는 비타민C가 이 회색질을 보호하고 뇌의 연결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런 설명의 배경에는 비타민C의 항산화 작용이 있다. 비타민C는 활성산소(몸속 세포를 손상시켜 흔히 몸을 녹슬게 한다고 비유되는 물질)에 맞서는 항산화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활성산소가 뇌세포를 해치는 것을 막아 뇌 건강을 지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가 보여준 방향이다.

“도움이 될 수 있다”와 “치매를 예방한다”는 다르다

이 결과에서 가장 조심해서 읽어야 할 대목은 효과의 범위다. 비타민C는 치매를 직접 예방하는 약이 아니며, 연구가 보여준 것은 건강한 생활 습관의 하나로서 뇌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회색질이 더 건강하게 유지되는 것과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연구 대상의 규모나 기간 같은 구체적인 내용도 여기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비타민C가 충분한 어르신이 평소 식사나 생활 습관까지 함께 좋았을 가능성도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 결과만으로 특정 식품이나 영양제가 뇌를 지켜 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뇌 건강은 어느 한순간의 노력으로 결정되기보다 매일의 습관이 쌓인 결과에 가깝다. 비타민C 역시 그 습관을 이루는 여러 요소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무리 없는 해석이다.

과일과 채소가 부족한 어르신은 밥상부터, 조리법도 함께 살펴야

비타민C는 특별한 식품을 찾지 않아도 평소 먹는 음식으로 챙길 수 있는 영양소다. 오렌지, 귤, 키위, 딸기 같은 과일과 브로콜리, 파프리카 같은 채소에 특히 많이 들어 있다. 평소 과일과 채소를 적게 먹는 어르신이라면 매일 한두 가지씩 밥상에 올리는 것부터 시작해 볼 만하다.

간식을 바꾸는 방법도 있다. 과자나 빵 대신 귤, 사과, 딸기처럼 손질이 간단한 과일을 고르면 부담이 적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주스보다는 생과일을 그대로 먹는 편이 낫다.

조리법도 섭취량을 좌우할 수 있다. 비타민C는 열에 약하기 때문에 과일은 되도록 날것으로 먹고, 채소는 살짝 찌거나 볶는 것이 손실을 줄이는 방법이다. 오래 삶거나 끓이는 조리는 피할 필요가 있다.

약을 복용 중이거나 식단 제한이 있다면 먼저 물어야

모든 어르신에게 같은 방법이 맞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이거나 의사에게 식단 제한을 안내받은 어르신은 과일과 채소를 늘리기 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비타민C를 지나치게 섭취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경우가 있고, 드물지만 특정 약물과 상호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몸에 좋다는 말만 듣고 양을 크게 늘리거나 영양제를 더하는 일도 같은 이유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음식으로 조금씩 챙기는 것과 많은 양을 한꺼번에 섭취하는 것은 구분해서 볼 문제다.

상담할 때는 현재 복용 중인 약의 이름과 평소 식사 내용을 함께 알려 주면 답을 얻기 쉽다. 비타민C를 얼마나 먹어도 되는지, 지금 먹는 약과 겹쳐 조심할 점이 있는지 주치의나 약사에게 물어볼 수 있다. 기억력이나 판단력 변화가 걱정된다면 음식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 주치의나 가까운 보건소에 먼저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