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구에 쌓인 머리카락과 휑해진 정수리를 걱정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자연스러운 노화와 단백질·철분·아연 부족은 나눠서 살펴야 한다
식단을 먼저 점검하고 갑자기 많이 빠지면 주치의 진찰을 받을 필요가 있다

샤워를 마치고 배수구에 엉킨 머리카락을 치우다가, 거울 속 정수리가 예전보다 휑해 보여 마음이 무거워지는 어르신이 있다. 이럴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책은 샴푸나 영양제를 바꾸는 일이다. 다만 머리카락은 몸속 영양 상태의 영향을 받는 만큼, 두피에 바르는 제품보다 매일 먹는 밥상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나이 탓만은 아니다···머리카락은 영양 상태와도 연결돼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힘이 약해지며 자라는 속도도 느려질 수 있다. 호르몬 변화와 두피 노화가 맞물려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이런 변화 자체를 음식으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노화로 인한 변화와 영양 부족으로 인한 변화는 별개다. 머리카락을 이루는 재료인 단백질이 모자라거나 철분, 아연 같은 영양소가 충분하지 않으면 머리카락이 쉽게 끊어지고 탄력을 잃을 수 있다. 나이 탓으로만 돌리기 전에 식사 내용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다.

머리카락의 재료는 단백질···끼니 거르면 부족해지기 쉬워

머리카락은 대부분 케라틴(머리카락과 손톱을 이루는 단백질)으로 만들어진다. 근육뿐 아니라 피부와 손톱도 단백질을 바탕으로 하므로, 섭취량이 부족하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힘없이 빠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끼니를 자주 거르거나 반찬 없이 밥 위주로 먹는 어르신은 특히 부족해지기 쉽다.

보충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달걀은 삶거나 부쳐서 식사에 한 개 더하기만 해도 양질의 단백질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식품이다. 두부, 검은콩, 병아리콩 같은 콩류도 좋은 공급원이어서 밥에 콩을 섞어 짓거나 두부 반찬을 자주 올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고기와 생선까지 번갈아 끼니마다 단백질 반찬을 하나씩 두면 부담이 적다.

철분과 아연은 어떻게 챙길까···커피와 녹차는 시간 두고

머리카락이 튼튼하게 자라려면 모낭(머리카락이 나는 구멍)까지 산소와 영양이 충분히 전달돼야 한다. 철분이 부족하면 산소 운반이 원활하지 않아 모발 성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르신 가운데는 빈혈이 있는 경우도 많아 더 신경 써야 할 영양소로 꼽힌다.

아연은 머리카락 세포가 자라고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 필요하다. 머리카락은 자라고 빠지기를 끊임없이 되풀이하기 때문에 건강한 모발을 유지하는 데 빼놓기 어렵다. 소고기와 굴을 비롯한 조개류에는 두 영양소가 모두 풍부하고, 식탁에 자주 올리기 어렵다면 견과류, 콩류, 통곡물로 꾸준히 보충할 수 있다. 흰쌀밥을 잡곡밥으로 바꾸거나 간식으로 견과류 한 줌을 먹는 정도로도 시작할 수 있다.

먹는 방법도 흡수에 영향을 준다. 귤, 키위, 파프리카처럼 비타민 C가 풍부한 식품을 철분 식품과 함께 먹으면 흡수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커피와 녹차에 든 성분은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식사 직후보다 1~2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마시는 편이 낫다. 간식은 설탕이 많이 든 과자를 줄이고 제철 과일로 바꿔 볼 만하다.

식단으로 살필 사람과 진찰이 먼저인 사람은 다르다

서서히 가늘어지고 끼니가 불규칙하거나 반찬이 부실했다면 식단 점검부터 시작해 볼 수 있다. 다만 좋은 음식을 챙겨 먹는 일과 탈모를 치료하는 일은 다르다. 식단을 바꾼다고 해서 모든 어르신의 머리카락이 다시 굵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평소보다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많이 빠지거나 두피가 가렵고 붉어지는 불편이 함께 나타나면 사정이 다르다. 이때는 나이 탓으로 넘기거나 식단만 고치며 기다리기보다 주치의 진찰을 받아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약을 먹고 있는 어르신도 혼자 판단하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복용 중인 약이 영양소 흡수에 영향을 주는지 주치의나 약사에게 물어볼 수 있다. 신장 질환 등으로 식사 조절을 안내받은 어르신이라면 단백질 반찬이나 영양 보충제를 늘리기 전에 담당 의사와 먼저 상의해야 한다.

우선 일주일 동안 끼니마다 단백질 반찬이 있었는지, 커피나 녹차를 식사 직후에 마시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볼 만하다. 빠지는 양이 갑자기 늘었거나 두피 증상이 있다면 그 기록과 복용 중인 약 목록을 가지고 주치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