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열과 기침을 냉방병으로 넘기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고인 물의 균이 물방울에 실려 들어오는 레지오넬라증일 수도 있다
샤워기와 에어컨을 점검하고 증상이 이어지면 주치의 진찰이 필요하다

에어컨을 켠 방에서 여름을 보내다 열이 오르고 기침이 나면 많은 사람이 먼저 냉방병을 떠올린다. 며칠 쉬면 나을 것이라 여기고 병원 방문을 미루기도 한다. 다만 비슷한 증상 뒤에 레지오넬라증(물속에서 자란 균을 들이마셔 생기는 감염병)이 있을 수 있어, 모두 가벼운 냉방병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물속에서 늘어난 균, 물방울 타고 몸속으로

레지오넬라증을 일으키는 균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고 물속에서 번식한다. 이 물이 잘게 부서져 공기 중에 퍼지면 숨을 쉴 때 균이 함께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음식을 먹어서 걸리는 병이라기보다 공기 중 물방울을 들이마시는 과정이 문제가 되는 셈이다.

주로 지목되는 곳은 물이 고이거나 물방울이 생기는 설비와 기구다. 에어컨 냉각탑(냉방 설비에서 뜨거워진 물을 식히는 장치), 샤워기, 가습기가 대표적이다. 집 안에서 매일 쓰는 물건도 포함되는 만큼, 큰 건물만의 문제로 볼 일은 아니다.

증상은 닮았어도 냉방병과 레지오넬라증은 다르다

레지오넬라증의 증상은 열, 기침, 온몸이 쑤시는 피로감 등으로 감기나 냉방병과 닮았다. 그러나 냉방병이 흔히 찬 실내 공기에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불편을 가리키는 말이라면, 레지오넬라증은 균이 일으키는 감염병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증상만 보고 스스로 둘을 가려내기는 어려울 수 있으므로, 판단은 진찰을 통해 내릴 필요가 있다.

오해하기 쉬운 점도 있다. 이 병은 사람끼리 전염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 중 환자가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멀리할 일은 아니며, 그보다 집 안의 물 쓰는 기구를 살피는 쪽이 현실적인 대응이 될 수 있다. 또 여름철에 열과 기침이 난다고 해서 모두 레지오넬라증인 것도 아니다. 위험을 알아 두는 일과 지레 겁먹는 일은 별개다.

만성 질환 있는 어르신은 더 주의해야

특히 조심해야 할 쪽은 당뇨나 폐 질환 같은 만성 질환이 있는 어르신, 면역력(병을 막아 내는 몸의 힘)이 약한 어르신이다. 이런 경우 증상이 심해지고 폐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같은 기침이라도 평소 건강 상태에 따라 무게가 달라지는 셈이다.

지병이 없는 사람이라도 예방 습관까지 건너뛸 이유는 없다. 다만 증상이 가볍고 곧 사라졌다면 당장 크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을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이 이어진다면 건강 상태와 상관없이 가볍게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샤워기와 에어컨 점검, 약 목록까지 챙겨야

생활 속 예방은 고인 물을 줄이는 데서 출발한다. 오래 쓰지 않은 샤워기나 수도꼭지는 다시 쓰기 전에 찬물을 5분 이상 흘려보내 고여 있던 물을 빼낼 필요가 있다. 여행이나 입원으로 집을 오래 비웠다가 돌아온 뒤라면 더 챙길 만하다. 가습기와 분무기는 자주 씻고 충분히 말려 두는 것이 좋다.

에어컨은 사용 전후로 필터를 청소하고, 배수관에 물이 고여 있지 않은지 함께 살펴야 한다. 먼지와 물기가 만나면 균이 자라기 쉬운 환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 청소하기 어려운 어르신은 가족이나 수리 기사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열, 기침, 근육통이 계속되면 주치의에게 진찰을 받고, 언제부터 증상이 시작됐는지와 만성 질환 여부를 함께 알려야 한다. 이때 현재 먹고 있는 약도 빠짐없이 전하는 것이 안전한 진료에 도움이 된다. 약 이름이 헷갈리면 약 봉투를 챙겨 가거나 약사에게 목록 정리를 부탁할 수 있고, 예방과 관련해 궁금한 점은 주치의나 가까운 보건소에 물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