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과 가스, 설사와 변비가 되풀이되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음식으로 줄일 수 있는 불편과 진료로 가려야 할 병은 다르다
음식 기록을 남기고 주치의와 약사에게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끼니를 마치고 나면 배가 꾸르륵거리고 더부룩해서 외출이 망설여진다는 어르신이 적지 않다. 나이 탓으로 넘기기 쉽지만,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불편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다만 특정 음식을 끊는다고 모든 배앓이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며, 증상이 이어진다면 원인을 먼저 가려 볼 필요가 있다.

뚜렷한 병이 없는데 배가 아프다면

특별한 병이 발견되지 않는데도 복통이 있고, 가스로 배가 부풀며, 설사와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는 일이 계속되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장이 예민해져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반응하는 상태)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노화로 장 기능이 약해지거나, 스트레스가 쌓이거나, 장 속 유익균이 줄어들면 증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상태에서 부담이 되기 쉬운 음식은 크게 네 갈래로 꼽힌다. 먼저 생마늘, 생양파, 콩밥과 콩자반 같은 콩류, 우유, 사과와 복숭아 같은 과일은 장에서 발효되며 가스를 만들어 더부룩함이나 설사로 이어질 수 있다. 튀김, 전, 라면, 피자, 짜장면처럼 기름이 많은 음식은 소화에 시간이 오래 걸려 장에 부담을 주고 가스 이동도 더디게 할 수 있다.

고추와 후추를 많이 넣은 매운 음식은 예민한 장에 자극이 되어 속쓰림, 복통, 설사를 부를 수 있고, 평소 설사가 잦은 어르신은 특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탄산음료, 단 주스, 설탕을 많이 넣은 커피도 부담이 될 수 있는데, 탄산음료는 설탕과 가스가 함께 들어 있어 복통이나 설사로 이어지기 쉽다. 갈증이 날 때는 물을 먼저 찾는 편이 낫다.

조심할 음식과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은 다르다

여기서 꼽은 음식들은 누구에게나 해로운 음식이 아니라, 장이 예민한 사람에게 불편을 줄 수 있는 음식이다. 콩이나 과일처럼 영양 면에서 도움이 되는 식품까지 한꺼번에 끊으면 오히려 식사가 부실해질 수 있으므로, 먹고 불편했던 음식을 잠시 줄여 보고 몸의 반응을 살피는 정도가 현실적이다.

음식 조절로 편해졌다고 해서 병이 없다는 뜻도 아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는 판단은 스스로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진찰을 거쳐 의사가 내려야 한다. 증상만 보고 짐작해 식단만 바꾸는 것과 원인을 확인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식습관을 바꿔 볼 사람과 진료가 먼저인 사람

먹은 뒤 더부룩함이나 가스가 가끔 생기는 정도라면 생활 습관부터 손봐 볼 수 있다. 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공기를 함께 삼키고 소화도 더뎌지므로, TV와 스마트폰을 잠시 끄고 천천히 충분히 씹는 습관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물은 변비 예방과 장 운동에 역할을 하는데, 하루 8잔 정도를 기준으로 삼되 많게 느껴지면 따뜻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는 방법이 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장 운동을 돕는다. 하루 30분가량 가볍게 걷거나 맨손 체조를 하고, 바깥 활동이 어려운 날에는 집 안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식으로 격렬하지 않게 꾸준히 이어 가는 편이 좋다. 다만 심장이나 콩팥 질환으로 물 섭취를 제한받는 어르신은 물의 양을 의사와 먼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불편이 심하거나 오래 이어지는 경우에는 식단 조절에 앞서 병원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대변에 피가 섞이거나, 까닭 없이 체중이 줄거나, 밤잠을 깰 만큼 배가 아픈 경우처럼 평소와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면 다른 질환일 가능성도 있어 미루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수첩 한 권에 적어 진료 때 들고 간다

내 장에 맞지 않는 음식을 찾는 데는 음식 기록이 쓸모가 있다. 작은 수첩에 그날 먹은 음식과 그 뒤 배의 상태를 “점심에 콩밥을 먹었더니 더부룩했다”처럼 짧게 적어 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불편을 일으키는 음식이 드러날 수 있다. 이 기록은 진료실에서 증상을 설명할 때도 자료가 될 수 있다.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약과 음식이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으므로 식단을 바꾸기 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떤 음식을 조심해야 하는지는 주치의나 약사에게 묻고, 증상이 계속되면 음식 기록과 복용 약 목록을 챙겨 내과 진료를 받아 보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