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가 많은 비빔밥도 먹는 방식에 따라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다
고추장 양, 밥과 채소의 비율, 식사 속도가 살펴볼 지점이다
약을 복용하거나 지병이 있는 어르신은 식사를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갖은 나물과 달걀을 얹고 고추장에 비벼 먹는 비빔밥은 어르신들이 즐겨 찾는 한 그릇 음식이다. 채소가 푸짐하게 들어가니 건강에도 당연히 좋으리라 여기는 경우가 많다. 다만 재료가 좋다는 것과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는 것은 별개다. 양념의 양, 밥과 채소의 비율, 먹는 속도에 따라 혈당이 예상보다 빨리 오를 수 있다.

고추장, 빠른 식사, 많은 밥이 살펴볼 세 가지다

비빔밥에는 나물, 달걀, 들기름처럼 몸에 이로운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도 혈당이 빠르게 오를 수 있는 까닭으로는 몇 가지 식사 습관이 꼽힌다. 첫째는 고추장의 양이다. 매콤한 맛에 가려 잘 느끼지 못하지만 고추장에는 설탕 같은 당분이 적지 않게 들어 있어, 듬뿍 넣을수록 먹는 당분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둘째는 식사 속도다. 비빔밥은 한 숟가락씩 떠먹기 편해 금세 그릇을 비우기 쉽다. 빨리 먹으면 탄수화물과 당분이 몸에 빠르게 흡수되어 혈당이 갑자기 오르내릴 수 있다. 셋째는 밥과 채소의 비율이다. 채소에 든 섬유질(몸에서 잘 소화되지 않는 식물 성분)이 비빔밥의 장점인데, 밥이 지나치게 많으면 이 장점이 줄어들어 혈당 관리가 어려워질 수 있다.

양념과 밥, 먹는 순서를 조금씩 바꾸는 방법

비빔밥을 아예 끊을 필요는 없다. 먼저 고추장을 평소보다 덜어 내는 방법이 있다. 시중에 나온 저당 고추장(당분을 줄인 고추장)을 고르거나, 간장이나 된장으로 양념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된다. 고추장을 조금만 넣는 대신 들기름과 깨를 넉넉히 더하면 고소한 맛을 살릴 수 있고, 양념에 단맛을 낼 때는 설탕 대신 올리고당이나 자일리톨을 쓰기도 한다.

그릇 안의 비율을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시금치, 콩나물, 무생채, 호박볶음 등 여러 나물을 넉넉히 담으면 섬유질을 더 많이 먹을 수 있고, 이는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밥은 평소보다 양을 조금 줄이고, 흰쌀밥 대신 잡곡밥이나 보리밥을 섞는 방식이 권장된다.

먹는 방식도 중요하다. 식사 시간을 최소 20분 정도로 잡고 꼭꼭 씹어 먹으면 소화를 돕고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데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 집에서 차려 먹을 때는 준비한 나물의 절반가량을 비비기 전에 들기름을 살짝 둘러 먼저 먹고, 나머지를 밥과 비비는 방법도 있다. 먼저 먹은 채소가 포만감(배가 부른 느낌)을 주고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도움이 될 수 있다”와 “걱정 없다”는 다르다

이런 요령은 어디까지나 일상에서 시도해 볼 수 있는 식사 습관이다.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며, 따라 한다고 해서 혈당 문제가 해결된다는 뜻도 아니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건강 상태에 따라 혈당의 변화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재료를 바꾸었다고 양을 마음껏 늘려도 된다는 의미도 아니다. 저당 고추장을 쓰거나 설탕을 다른 단맛 재료로 바꾸더라도 양념을 많이 넣으면 효과는 줄어들 수 있고, 잡곡밥이라 해도 양이 많으면 탄수화물 섭취는 함께 늘어난다. 재료의 이름보다 그릇에 담긴 전체 양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혈당 관리 중이라면 주치의 상담이 먼저다

이 내용을 특히 눈여겨볼 사람은 혈당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어르신이다. 평소 비빔밥에 고추장을 듬뿍 넣거나 밥을 많이 담는 편이라면, 또는 식사를 빨리 마치는 편이라면 자신의 습관을 한 번 되짚어 볼 만하다. 반면 혈당 관리를 따로 하고 있지 않은 어르신이라면 비빔밥 자체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고, 양념과 밥의 양을 살피는 정도로도 충분할 수 있다.

현재 약을 복용 중이거나 혈당과 관련한 지병이 있는 어르신은 스스로 식사법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료 때는 평소 비빔밥을 얼마나 자주 먹는지, 밥과 고추장을 어느 정도 넣는지를 알리고, 밥의 양과 양념을 어떻게 조절하면 좋을지 물어볼 수 있다. 복용 중인 약과 식사의 관계가 궁금하다면 약사나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