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 자체보다 고추장 양, 식사 속도, 밥과 나물의 비율이 변수다
혈당 관리 중이거나 약을 복용하면 식사법을 바꾸기 전에 주치의와 상의가 필요하다
나물과 달걀, 들기름을 얹은 따뜻한 비빔밥 한 그릇은 몸에 좋은 음식으로 통한다. 채소가 여럿 들어가니 혈당 걱정은 덜어도 된다고 여기는 어르신도 적지 않다. 다만 재료가 좋다는 것과 혈당이 천천히 오른다는 것은 별개다. 같은 비빔밥이라도 어떻게 비비고 얼마나 빨리 먹느냐에 따라 혈당(핏속 포도당 농도)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
고추장, 속도, 밥의 비율이 변수
비빔밥을 먹은 뒤 혈당이 크게 오르내렸다는 경우를 살펴보면 대체로 세 가지가 겹친다. 먼저 고추장이다. 고추장에는 단맛을 내는 성분과 밥처럼 에너지원이 되는 성분이 생각보다 많아, 넉넉히 넣으면 혈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음은 식사 속도다. 비빔밥은 한번 비벼 놓으면 씹을 것을 가려낼 일이 없어 금세 그릇을 비우기 쉽다. 이렇게 빨리 먹으면 밥과 단맛 성분이 짧은 시간에 몸으로 흡수되면서 혈당이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마지막은 밥과 나물의 비율이다. 이름은 비빔밥이어도 나물은 몇 젓가락뿐이고 밥이 그릇 대부분을 채우면, 사실상 양념한 밥을 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나물이 있어도 양과 순서는 다른 문제다
채소와 나물이 주목받는 까닭은 식이섬유(몸에서 잘 소화되지 않는 채소·곡물의 성분) 때문이다. 식이섬유는 스펀지처럼 당의 흡수를 늦추는 쪽으로 작용해 혈당이 천천히 오르도록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당 관리의 핵심이 갑작스러운 오르내림을 줄이는 데 있다면 나물은 그 역할을 맡는 재료인 셈이다.
다만 나물이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 혈당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양이 충분한지, 고추장과 밥이 함께 얼마나 들어갔는지는 따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 또한 식사법을 바꾸는 일은 혈당 조절을 돕는 생활 습관일 뿐, 치료를 대신하는 것과는 별개다.
집과 식당에서 바꿔볼 네 가지
가장 손쉬운 방법은 식사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20분 정도를 잡고 한 숟가락 뜬 뒤 수저를 잠시 내려놓거나, 함께 먹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꼭꼭 씹으면 흡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양념도 조절할 수 있다. 저당 고추장(당을 줄인 고추장)을 고르거나 고추장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이고, 모자란 맛은 들기름, 저염 간장(소금기를 줄인 간장), 된장으로 채우는 방법이 있다. 간장과 된장은 염분이 있는 양념이므로 넣는 양을 살피는 편이 좋다.
그릇의 구성도 바꿔볼 만하다. 집에서 만들 때는 나물을 평소의 두 배로 늘리고 밥은 조금 덜어 내며, 흰쌀밥 대신 보리밥이나 잡곡밥을 쓰는 것이 한 방법이다. 식당에서는 밥을 덜어 달라고 미리 부탁하는 것도 어렵지 않게 해볼 수 있다.
먹는 순서를 바꾸는 방법도 있다. 준비한 나물의 절반가량을 들기름에 무쳐 밥보다 먼저 먹고, 남은 나물과 밥을 비비는 식이다. 먼저 먹은 나물이 위장에서 혈당 상승을 완만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네 가지를 한꺼번에 지키기 어렵다면 한 가지씩 시도해도 된다.
약 복용 중이면 먼저 주치의와 상의
이런 식사법은 평소 비빔밥을 즐기면서 혈당이 신경 쓰이는 어르신이 일상에서 참고할 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이미 혈당 관리를 받고 있거나 약을 복용하는 어르신은 사정이 다를 수 있다. 밥 양을 크게 줄이는 등 식사를 바꾸기 전에 자신의 건강 상태에 맞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물을 씹기 불편한 어르신은 더 부드럽게 데치거나 잘게 썰어 먹는 편이 낫다. 진료 때는 평소 먹는 밥의 양과 식사 시간, 복용 중인 약을 알리고 어떤 방법이 맞는지 주치의에게 묻는 것이 좋다. 식단 구성이 궁금하면 약사나 가까운 보건소에 문의하는 방법도 있다.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