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의 도움 가능성과 질병 치료 효과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혈당 조절 중이거나 약을 먹는 어르신은 주치의와 양부터 상의해야 한다
가을이면 식사 뒤에 포도 한 접시를 내놓는 집이 적지 않다. 새콤달콤한 맛에 손이 자주 가고, 몸에도 좋다는 말이 따라붙으니 어르신이 마음 놓고 드시는 경우도 많다. 다만 포도에 든 성분이 건강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말과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말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면역부터 혈관까지, 포도 성분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곳
포도에서 먼저 꼽히는 성분은 비타민C다. 비타민C는 몸이 병균에 맞서는 힘인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환절기에 잔병치레가 잦은 어르신이 관심을 가질 만하다. 포도에는 레스베라트롤 같은 항산화 성분(몸의 산화와 손상을 줄이는 데 관여하는 물질)도 들어 있다.
이런 항산화 성분은 노화와 질병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활성산소(몸속에서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는 산소 물질)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몸속 염증을 낮추고 세포를 보호하는 쪽으로 작용해 일상의 활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같은 성분이 뇌세포를 보호하고 뇌로 가는 혈액 흐름을 도와, 기억력과 인지 기능(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유지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혈압과 혈관 쪽에서는 칼륨과 식이섬유가 거론된다. 칼륨은 몸속 나트륨과 균형을 이루는 무기질로,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포도 껍질에 많은 식이섬유는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혈관 벽에 쌓이기 쉬운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어, 혈관과 심장 건강에도 이로울 수 있다고 한다.
“도움이 될 수 있다”와 “병을 고친다”는 다르다
여기서 짚어야 할 점은 이런 설명이 대부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의 수준이라는 것이다. 포도를 먹는다고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반드시 내려간다거나, 기억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과일 한 가지의 효과는 평소 식사, 활동량, 복용하는 약과 떼어 놓고 판단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포도는 건강한 식단을 이루는 과일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고혈압이나 고지혈증(혈액에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상태) 치료 중인 어르신이 포도를 챙겨 먹는다고 해서 처방약을 줄이거나 끊는 일은 치료와는 별개의 문제이며, 스스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당분도 함께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포도의 단맛은 천연 당분에서 오는데, 천연이라는 말이 곧 많이 먹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적당량을 나누어 먹는 편이 낫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혈당 조절 중이거나 약을 먹는 어르신은 먼저 상의가 필요하다
특별한 지병이 없고 식사 조절을 하지 않는 어르신이라면 포도를 간식으로 적당히 즐기는 데 큰 부담은 없을 수 있다. 반면 혈당 조절이 필요한 어르신은 포도의 당분을 하루 식사 계획 안에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고혈압 등으로 약을 복용 중인 어르신도 건강 상태나 약의 종류에 따라 포도가 다르게 작용할 수 있어, 먹는 양과 방법을 주치의와 먼저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콩팥 질환으로 칼륨 섭취를 제한받고 있는 어르신도 마찬가지다. 대개는 도움이 될 수 있는 성분이라도 몸 상태에 따라서는 조심해야 할 성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식사 지도를 받고 있다면 그 지침을 먼저 따르는 것이 좋다.
생포도로, 껍질째, 양부터 확인
먹는 양의 기준으로는 하루 한두 송이, 혹은 종이컵 한 컵 정도가 제시된다. 다만 송이 크기가 제각각이고 두 기준 사이의 차이도 작지 않은 만큼, 혈당이 신경 쓰이는 어르신은 적은 쪽부터 살펴보는 것이 무난하다. 많은 양을 드시기보다 적당량을 꾸준히 드시는 편이 낫다.
먹는 방법도 효과를 좌우할 수 있다. 껍질에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이 많은 만큼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는 방법이 권해지며, 씨가 부담스러우면 씨 없는 품종을 고를 수 있다. 주스나 건포도 같은 가공품은 당분이 높아지거나 좋은 성분이 줄어들 수 있어 생포도와 같게 보기 어렵다.
진료를 앞두고 있다면 지금 먹는 약과 포도를 함께 먹어도 되는지, 혈당과 혈압을 고려할 때 하루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를 물어볼 수 있다. 다니는 병원의 주치의나 약을 지어 주는 약사에게 먼저 확인하고, 식단 조절이 막막하다면 가까운 보건소 상담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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